<현장에서>방향 선회한 민속씨름 세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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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외국인 선수의 국내수입과 관련한 민속씨름계의 「세계화」방안을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러시아.카자흐.몽고의 민속경기를 선보인 부산 민속씨름대회(3~5일)이후 외국선수의 수입문제에 대한 씨름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찬성하는 측은 근래 침체되어 있는 민속씨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일본의 스모처럼 외국선수들에게 문호를 개방해 「우물안 개구리 신세」를 벗어나 기량의 질(質)을 향상시켜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대부분의 일선 씨름팀 지도자들은 외국 선수들을 들여와 기술을 연마시키고 제대로 기량 발휘를 하도록 하는데는 시간.경비의 투자가 너무 많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씨름의 기술을 제대로 익히는데는 대개 3~5년 걸려 언제 외국선수를 들여와 제값을 뽑아내느냐는 항변이다.
실제로 역도 국가대표에서 87년 프로씨름으로 전향한 이민우(李民雨.세경진흥)가 지금까지 체급별 장사에서 단 한차례 우승을차지하지 못한 것도 씨름기술 습득의 어려움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때문에 외국선수 수입문제는 당초 러시아.몽고등의 민속경기시범을 통해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일선 지도자들의 한결같은 냉소적 반응에 부닥치자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아간 상태. 민속씨름위원회 관계자는 『외국선수의 수입문제를 문화체육부와공식 논의하겠다』는 종전 입장을 바꿔 『이 문제는 당분간 검토하지 않겠다.대신 세계화방안을 새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위원회가 거론하는 새로운 방안은 씨름을 해외에 널리 소개시켜 외국에서 자체적으로 선수를 양성,장기적으로 국제대회를 실시할 수 있는 기초토양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5월 러시아 삼보 월드컵대회에 국내 씨름선수 4~5명을 파견해 씨름을 소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만주집안현 고분벽화에서 보듯 1천년이상을 민족 고유의 스포츠로 전래된 씨름이 하루아침에 국제적인 스포츠로 부상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실여건이 「씨름의 세계화」를 요구하고 있다면 좀더 씨름계 전반의 의견을 집약해가면서 현실 가능한 방안부터 하나하나 이끌어나가는 자세가 필요할 것같다.
〈諸廷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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