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장관 내정자까지… 외교안보팀 ‘동맹파’ 장악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9호 11면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팀 면면은 10년 만의 보수 정권 출범을 상징한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 내정자, 이상희 국방부 장관 내정자, 남주홍 통일부 장관 내정자, 김병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하나같이 ‘동맹파’다. ‘자주파’가 외교안보, 대북 정책을 주도해 왔던 노무현 정부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통일장관에 대북 강경 성향의 전문가를 내정한 것도 주목거리가 아닐 수 없다. 김대중 정부의 초대 통일장관에 중앙정보부(현 국정원) 북한국장 출신의 강인덕씨가 임명됐지만 의미가 다르다. 김 대통령이 햇볕론자였기 때문이다. 이명박 당선인은 보수적 성향이 강하다. 외교안보팀 성향으로 보면 이명박 정부는 한·미동맹을 기축으로 대외·대북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 정책의 중심고리는 유명환 외교장관 내정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당선인이 당초 통일부 기능의 상당 부분을 외교부로 흡수시키려 했던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외교부의 입지 강화는 미·일 중심의 국제 공조가 정책 기조로 될 것임을 뜻한다. 유 내정자는 그에 적격이라는 평이다. 외교부 내의 대표적 미국통이다. 북미과장·미주국 심의관·북미국장, 주미 대사관 참사관·공사를 거쳤다. 현직 가운데 이런 경력을 가진 외교관은 없다. 역시 미국통인 김병국 수석과 함께 출범 초기에 한·미동맹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대선이 있는 해인 만큼 상반기에 작업을 마치지 않으면 내년 봄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유 내정자는 일본과의 인연도 깊다. 해외 공관 첫 부임지가 도쿄였고, 주일 대사에서 외교장관 내정자가 됐다. 2006년 독도 영유권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일본 측은 차관으로 협상 대표를 맡았던 유 내정자가 상처를 입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그는 한승수 총리 후보자와도 가깝다. 한 후보자가 김대중 정부에서 외교장관으로 있을 때 특별보좌관을 지냈다. 당시 그는 차관보에 내정됐으나 한 장관이 돌연 경질되면서 맡지 못했다. 자원 외교 등에서 총리와 외교장관의 조율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상희 국방장관 내정자는 야전을 두루 거친 전략통이다. 5군단장·3군사령관·합참의장과 정책기획국장,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냈다. 현역에서 물러난 뒤에는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정책연구센터(CNAPS)의 펠로로 활동했다. 그 역시 한·미동맹 중시론자다. 합참의장 당시 미국과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협상에서 시기를 2015년으로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결국은 2012년으로 조정됐다). 그는 지난해 11월 브루킹스연구소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북한을 위험하고 실패한 국가로 규정하고, 한·미동맹 차원에서 북한을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2002년 서해교전 당시 합참 작전본부장이었던 그는 북한의 도발에 강하게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의 체질 변화는 불가피할 것 같다. 경기대 교수 출신인 남주홍 통일장관 내정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 지난해 한 일간지에 ‘민족공조론의 허구성’이라는 글을 싣기도 했다. 그는 다른 기고문에서 “모든 대북 경협과 지원은 반드시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절차와 방법론을 담아야 한다”며 “북측에 일방적 지원이 아니라 조건부적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대북 정책에서 상호주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생각이 복잡할 수밖에 없게 됐다. 북한이 올 봄에도 비료나 식량 지원을 요청해 오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고려대 교수·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 출신의 김병국 수석은 3개 부처 장관과 정책을 조율하고 이명박 정부 대외·대북 정책의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 때처럼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는 바람에 생겨난 외교안보팀 간 불협화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김 수석이 자기 주장을 밀어붙이는 스타일이 아니라 화(和)를 중시하는 조정역에 가깝기 때문이다. EAI의 국가안보패널 위원장을 맡고 있는 하영선 서울대 교수가 음으로 양으로 김 수석에게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패널은 외교안보 전문가 18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한·미동맹과 북핵 문제 등에 대한 정책 보고서를 내고 있다. 한·미동맹의 전면적 변환과 ‘복합 동맹’을 제언한 이 패널의 보고서가 한·미동맹 미래 비전의 설계도가 될지도 모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