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방화범은 방화를 반복하는가

중앙일보

입력

채종기(70)씨는 왜 숭례문에 불을 질렀을까. 채씨는 토지 보상이 충분치 않아 숭례문에 불을 질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국보 1호를 전소시킨 이유로는 납득하기 힘들다. 보상금 문제는 겉으로 드러난 이유일 뿐이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는 17일자 ‘중앙 SUNDAY’에 기고한 글에서 “평생 동안 억눌려 온 자신의 불행과 좌절을 사회를 향해 분출한 것이 방화로 이어졌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또 “수사 과정에서 횡설수설하는 채씨의 태도를 볼 때 채씨는 극도의 흥분과 스릴을 만끽하기 위해 불을 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2002년 미국 법무부가 방화 범죄의 재범률이 57.7%라고 발표한 데 주목하면서 방화라는 범죄가 반복성이 높기 때문에 이번에 범인이 이례적으로 빨리 검거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방화범은 2명 가운데 1명이 처벌을 받은 뒤 다시 방화한다는 얘기다.

방화범 연구학자인 컬바시 박사는 방화의 제1동기로 극도의 흥분과 스릴 만끽을 꼽는다. 방화범이 방화를 반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오랫동안 좌절을 겪어 자신감을 상실한 사람일수록 방화의 폭발적 화력을 바라보면서 평상시 겪어보지 못하던 상황에 대한 통제감을 맛보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저지른 불이 상황을 좌지우지한다는 사실이 방화범에게 자신감을 회복하도록 만든다.

또 방화의 또 하나의 동기는 복수심이다. 이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복수할 목적으로 방화를 하는 경우다. 복수의 대상은 개인이 대부분이지만 공공기관이 되는 경우도 있다. 범죄를 은폐하거나 보험금 수령 등 경제적 이득을 노려 방화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는 계속해서 이번 방화는 극단적인 방법으로라도 사회적 이슈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했던 채씨의 심리상태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보 1호라는 상징성이 그를 방화로 이끌었고 결과적으로 그의 행동은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 채씨는 자신의 행동이 사회를 움직였다고 생각할 것이다. 한마디로 개인의 삐뚤어진 생각이 큰 사회적 불행을 몰고 온 사건이다. ”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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