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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교훈’ 한국과 일본의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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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요즘 일본에서는 만나는 사람마다 숭례문을 걱정하는 인사말을 꺼낸다. 속마음과 겉치레 말이 다르다는 일본인이지만 빈말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진심으로 걱정해 주는 마음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도 숭례문의 문화적 가치를 존중하는 시각에서 연일 속보를 쓰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14일 ‘한국의 슬픔을 생각하며’라는 제목의 사설까지 실었다. 국보 1호를 잃은 한국인의 충격에 공감하면서 이웃 일본이 숭례문의 복구와 방재 대책에 공헌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문은 “일본이 목조건물 복구 기술을 갖고 있어 지혜를 빌려 줄 여지가 있을 것”이라며 “ 역사 유산의 복구와 보호에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35년 동안 일본 전국의 중요 문화재를 돌보면서 방재 체제의 설계와 시공 분야에서 1인자가 된 하타케야마 슈지(畠山修治) 아즈사설계컨설턴트 사장(본지 2월 15일자 11면)은 “한국 문화재의 지존을 잃었다”며 애도했다. 걱정 어린 관심을 너무 강렬하게 받고 있자니 일본이 언제부터 한국에 이렇게 큰 애정을 가졌나 싶어 놀랄 정도다.

그러나 일본이 보이는 관심의 뒷면에는 숭례문을 ‘반면교사’로 삼자는 마음가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 ‘실패에서의 교훈’을 얻으려는 자세가 부족한 듯하다. 흉물로 변했다는 이유로 서둘러 장막을 치더니 잔해 처리를 둘러싼 책임 공방으로 소란스럽다. 문화재 보호와 방재 시스템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반면 일본은 1949년 나라(奈良)현의 호류지(法隆寺) 금당 벽화가 불에 타고, 이듬해 교토(京都)에서 긴카쿠지(金閣寺) 금각을 방화로 잃은 뒤 삼엄하다 싶을 정도로 문화재 보호에 열성적이다. 첨단 방재 시설을 설치하고 방화범 진압 훈련까지 실시한다. 소중한 문화재를 다시 잃을 수 없다는 자세가 일본인의 마음속에 깊숙이 새겨져 있는 것이다. 제2, 제3의 숭례문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의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을 고치겠다는 각오가 더욱 절실하다.

김동호 도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