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日光 절약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벤저민 프랭클린은 피뢰침의 발명말고도 일광(日光)의 절약을 맨먼저 주창한 것으로 유명하다.바깥이 환할 동안 저녁시간을 늘려 양초를 아끼자고 그는 제의했다.일광절약이 실천계획으로 구체화된 것은 1907년 영국(英國)의 윌리엄 윌렛이 쓴『일광의 낭비』가 출판되면서부터였다.영국의회는 여름철에 시간을 당기자는법안들을 줄곧 부결시켰다.1차대전에 따른 전력및 연료난으로 1915년 독일이 이를 맨먼저 실시하자 영국도 이듬해 뒤를 따랐다.미국의회도 1917년 법안을 통 과시켰으나 농민들이 영농(營農)일정에 차질을 준다고 반발,곧 폐기시켰다.
일광절약시간(Daylight Saving Time)이 오늘의「DST」로 자리잡은 것은 2차대전 이후다.유럽국가들은 3월 마지막 일요일에서 9월 마지막 일요일까지,영국과 아일랜드는 10월 마지막 일요일까지다.러시아와 중국도 유럽과 비슷하고 미국은 4월 첫 일요일부터 10월 마지막 일요일까지다.봄철에 한시간을 앞당기고 초가을에 한시간을 도로 늦춘다.영국.아일랜드.그리스는 두시간을 앞당기고 가을에 한시간만 되돌려놓는다.유럽국가간「가을의 변칙」으로 불린다.
바깥이 환한데도 시계만 보며 잠자리에 계속 누워있는 것은 왠지 게을러 보인다.시간을 당겨 한시간 먼저 일어나고 해가 중천에 걸려있을때 일을 파한다.어두워질 때까지 한시간이 공짜로 느껴지고 스포츠등 야외 여가활동의 소지는 많아진다.
길어진 한시간은 공짜가 아니고 새벽에 빼앗긴 한시간을 되찾는데 불과하다.시간은「주관식 인식」(perception)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영국의 경우 길어진 낮 한시간으로 관광수입은 연간 15억파운드(1조5천억원상당)가 늘고 전력요금은 2억5천만파운드가 절감된다고 한다.상점의 매상이 늘고 퇴근길 교통사고도 한결 줄어든다는 분석이다.유럽국가들은 97년부터 한시간 되돌 리는 시기를10월 마지막 일요일로 통일한다.영국이 연중내내 대륙시간에 맞추는「시간의 통합」도 고개를 든다.
88서울올림픽때 미국 TV방영시간대에 맞추느라 뜬금없는 예행연습을 실시한 기억이 새롭다.생체리듬을 망가뜨리고 퇴근길에 낭비를 부추긴다는 비판들이 쏟아졌었다.일본정부가 이 일광절약시간의 도입 검토를 위해 총리실 조사단이 지난주말 미 국을 방문,실태를 지켜보고 갔다.그 귀추(歸趨)가 우리의 관심을 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