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추억] 작곡가 이영훈씨 ‘광화문 연가’ 등 팝 발라드 개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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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광화문 연가’ ‘사랑이 지나가면’ 등의 팝 발라드로 1980년대 후반 대중의 감성을 적셨던 작곡가 이영훈(사진) 씨가 14일 새벽 세상을 떠났다. 48세.

2006년 대장암 판정을 받은 이씨는 두 번의 수술을 받는 등 1년 이상 투병하면서도 음악작업을 계속해왔다.

팝 발라드 장르를 개척한 작곡가로 평가받는 이씨는 1983년 무대 예술음악으로 출발했다. 그 뒤 86년 이문세 3집 ‘난 아직 모르잖아요’를 시작으로 ‘사랑이 지나가면’ ‘이별 이야기’ ‘시를 위한 시’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옛사랑’ 등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냈다.

이문세와는 2001년 13집까지 함께 작업했다. 그는 세련되고 서정적인 멜로디와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노래로 이문세씨를 스타가수로 만들고, 한국가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들었다.

한동안 작품 활동을 하지 않던 그는 2006년과 2007년 자신의 작품을 리메이크한 편집 앨범 ‘옛사랑’ 시리즈를 발표했다. 투병 중이던 지난해 말에도 20여 년 만에 신인 가수를 발굴하는 등 의욕적인 활동을 했다.

그는 특히 자신의 히트곡들을 담은 창작 뮤지컬 ‘광화문 연가’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다. 절친한 친구인 방송인 김승현 씨와 함께 공연기획사까지 만들었다. 그는 최근 이문세 씨에게 CCM 음반을 마지막으로 만들어보자는 제안도 했다.

이씨 소속사 관계자는 “고인은 병실에서도 오선지에 곡을 쓰는 등 마지막 순간까지 음악과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빈소는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8일 오전이다. 유족으로는 아내 김은옥 씨와 아들 정환 군이 있다. 02-3410-3153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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