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중국문화지도 <14> 문학 1. 당다이 문학의 심장, 중국작가협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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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베이징 시내의 중국작가회의 건물 전경.

중국 문학이라는 거대한 산맥을 종주하기 위해 본지는 10개월간 지속적인 취재를 해왔다. 파리·베이징·상하이·홍콩 등을 6차례 다녀왔고 중국 문학계 인사 50여 명, 국내 중국 전문가 20여 명을 만났다. 취재 결과 중국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선 중국작가협회부터 알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중국작가협회는 중국 당대 문학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다. 15개월 전 49세의 여성 소설가가 이 막강한 조직의 수장 자리에 앉았다. 중국 문학도 개혁·개방의 노선에 본격 진입한 것이다. 본지는 지난해 12월 베이징 시내의 중국작가협회 사무실을 방문해 협회 간부 10여 명을 만났다. 중국 문학계의 초월적 권력 중국작가협회를 해부한다.

# 2006년 10월 : 전국위원회 회원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7차 중국작가협회 전국대표자회의가 열린다. 이 회의에서 중국작가협회 제3대 주석이 선출된다. 전국위원회 회원 중 투표권을 보유한 197명이 선택한 결과는, 80% 이상의 압도적 지지였다. 이로써 21세기 중국문학을 이끌 새 지도자가 탄생한다. 티에닝(鐵凝·사진). 49세의 샤오제(小姐·미혼 여성을 일컫는 말)였다. 중국작가협회 역사상 최초로 여성 주석의 시대가 개막한 것이다.

# 2007년 12월 13일 베이징 중국작가협회 사무실 : 티에닝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장 상의에 스커트 차림이었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부츠를 신고 있었다. 두 손을 앞에 모은 모습은 다소곳했고 얼굴엔 친절한 미소가 배어있었다. 중국작가협회의 새 얼굴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젊고 화사했다. 그는 환히 웃으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중국작가협회 주석은 권력이다. ‘중국문학을 대표한다’ 따위의 상징적 차원이 아니다. 주석은 협회에 소속된 5만여 명의 작가를 대표한다. 주석이 되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 자격을 얻는다. 주석은 중국공산당 서열 150위 이내의 권력자다.

중국작가협회 주석은 스스로 역사다. 티에닝보다 앞서 주석을 역임했던 인물들이 그러했다. 초대 주석 마오둔(茅盾·1896~1981)과 2대 주석 바진(巴金·1904∼2005) 모두 종신(終身)했다. 이들의 몰(歿) 연도는 각자의 주석직 임기 시한과 일치한다. 마오둔과 바진은 문학으로 공산주의 혁명을 완성한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의 아버지다.

-두 전임자를 생각하면 부담이 크겠다.

“두 분은 중국의 정신적 재산이다. 중국 당대 문학에서 두 분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나하곤 비교할 수 없는 경지의 분들이다. 그러나 중국문화 전체로 봤을 때 그들의 시대가 찬란하게 빛나던 시기는 아니었다. 내가 주석에 오른 지금, 중국문학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중책을 맡게 돼 부담도 느끼지만, 한편으론 도전정신도 강하게 일어난다.”

-각오가 각별하겠다.

“주석에 당선된 것을 행운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관료라기보단 작가다. 작가로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글을 쓰지 않으면 문학하는 사람과 교류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창작을 쉬지 않으려고 날마다 다짐한다.”

-주석으로서의 각오라면.

“처음 내가 주석으로 선출됐을 때 한 언론이 ‘권위의 시대가 끝나고 평민의 시대가 왔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다른 분야처럼 문학도 권위를 앞세우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중국엔 우수한 작가가 무수히 많다. 이들의 작품을 해외에 최대한 많이 소개하는 게 주석의 첫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내 일정 중에서 가장 많은 게 주중 외국 대사관 행사에 참석하는 것이다(웃음). 한국·프랑스·루마니아·오스트리아·그리스·러시아·스웨덴 등 수많은 나라와 교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작가의 창작 환경 개선에도 노력할 계획이고, 젊은 작가 양성에도 힘쓸 생각이다. 할 일이 많다.”

-대표적인 친한파(親韓派) 작가로 알고 있다.

“아버지(티에양·鐵揚)가 화가였다. 아버지의 전시회가 서울에서 열려 아버지를 따라 세 차례 방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작가 신분의 방한은 한 번도 없었다. 한국 방문의 경험을 살려 산문집 『한성일기(漢城日記)』를 내기도 했다.”

한편에선 티에닝을 ‘중국문학의 외교사절’로 깎아내리는 시선도 있다. 대신 진빙화(金炳華) 중국공산당 당서기 겸 중국작가협회 부주석이 협회의 실세란 분석이 유력하다. 이날 인터뷰에 동석한 진빙화는 티에닝을 “문학계의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라 치켜세우며 “중국문학의 대단결·대발전·대번영을 가져올 것”이라고 소개했다. 주석과 부주석의 역할이 바뀐 듯했다.

그러나 중국문단이 티에닝에 거는 기대는 사뭇 크다. 상하이(上海)에서 발행되는 문학전문 주간지 ‘문학보(文學報)’의 쉬춘핑(徐春萍) 부편집인은 “티에닝 당선은 결코 의외의 사건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중국 사회 전체가 문화계의 변화를 갈망하고 있으며 티에닝의 당선은 이러한 갈망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쉬춘핑은 티에닝 주석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중국문학의 세계화 ^작가 권익 보호 ^문학의 영향력 회복 등을 꼽았다. ‘문학보(文學報)’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문학전문 주간지로, 중국작가협회 기관지 ‘문예보’보다도 발행부수가 많다.

베이징·상하이 글·사진=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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