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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방재 일본 1인자 하타케야마 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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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일본 전국에서 35년간 중요 문화재의 방재를 전문적으로 처리해 온 아즈사설계콘설턴트 하타케야마 슈지 사장이 와카야마(和歌山)현의 고가와사(粉河寺)에서 물길이 25m까지 치솟는 방수장비의 작동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김동호 특파원]

“한국 문화재의 지존인 숭례문을 화마(火魔)로 잃은 한국 국민께 마음으로부터 애도를 드린다.”

일본 문화재 방재의 1인자 하타케야마 슈지((畠山修治·67) 아즈사설계콘설턴트 사장은 숭례문 소실에 대해 이같이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그는 사무실이 있는 오사카를 중심으로 인근 교토·나라 지역은 물론 일본 각지의 국보와 중요 문화재에 대한 방재시설 설계·설치와 공사 감리를 하고 있다. 한국의 문화재에도 정통한 그에게 14일 숭례문 화재 사건의 교훈과 방재 대책을 들어봤다.

-숭례문 화재의 교훈은 무엇인가.

“숭례문은 소방서와 불과 1분 거리에 있다는 이유로 자체 소방장치를 갖고 있지 않았다. 문화재 화재의 주요 원인은 방화인데, 일반인이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관리체제도 문제였다. 관리책임 문제가 불분명하게 돼 있는 점도 아쉬웠다.”

-문화재 변형 우려도 있는데 꼭 방재시설이 필요한가.

“사찰은 내부에 불이 나도 밖에서 육안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다. 불길이 본격적으로 치솟기 전에는 1차적으로 화재경보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본에선 법으로 화재 경보장치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경보장비가 첨단화되는 이유는.

“기존 화재경보기는 뜨거운 열이나 많은 연기를 충분히 감지해야 작동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광(光)센서를 이용한 불길 감지 경보장치가 보급되고 있다. 열이 많이 발생하는 작은 불길에도 경보가 울리기 때문에 조기 포착이 가능하다. 건물 외부에서의 불길도 감지할 수 있어 산불 대응이 가능하다. 적외선과 자외선으로 불길만 포착하기 때문에 태양광선, 차량 전조등, 조명기구 등으로 인한 오작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방재 설계가 중요한 이유는.

“현장에서 초기 진압하기 위해선 소화 설비를 잘 배치해야 한다. 그런데 문화재마다 구조가 다르므로 현장에 가장 적합한 형태의 설계가 필요하다.”

-숭례문 복원 시 주의할 점은.

“숭례문 재건축은 2006년 실측도와 과거 자료에 근거해 원형을 재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초기 화재 진압에 필요한 방재 장치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자유 견학에 대해서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비상시 대처 능력을 높이기 위해선 소방 관리책임자를 확실하게 지정해야 한다.”

-복원되는 숭례문의 방재 설계는.

“우선 누각에 올라가는 사람을 포착하는 감시카메라와 적외선 경보장치의 설치는 기본이다. 둘째, 건물 내부에는 광센서를 이용한 최첨단 불길 감지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셋째는 내부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관리자를 둬야 한다.”

-방재훈련은 어떤 체계가 필요한가.

“현장 관리소·소방서·문화재청 등 사이에 긴밀한 연계를 구축하고, 문화재별로 방재훈련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도 일본과 같이 ‘문화재 방재의 날’ 훈련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문화재관리법 체계도 정비해 방재설비 설치, 문화재 책임관리, 방재훈련 절차 등을 담은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방재 설계 기준을 만들고 문화재 설계도까지 확보해야 한다. 일본처럼 정부가 방재시설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오사카=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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