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카페] ‘인기 검색어’가 여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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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실시간 인기 검색어’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추천 동영상’ ‘실시간 많이 본 뉴스’.

국내 포털이나 미디어 사이트들에서 주요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코너들이다. 이들 코너는 동적으로 움직이면서 순위 변화를 보여주고 있어 사이트를 방문하면 맨 먼저 눈길을 끈다. 외국 포털에서는 이 같은 코너를 찾아보기 힘들다. 야후만 해도 미국 야후 사이트는 맨 아래쪽에 ‘Today’s Top Searches’가 달려 있을 뿐이고, 야후 재팬에서는 그마저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야후 코리아에는 실시간 인기 검색어 코너가 검색 창 바로 밑에 달려 있다. 또 별도의 코너로 ‘야후 콘텐트 순위’를 두고 있다. 국가별로 언어는 달라도 전체 레이아웃의 동일성은 유지하는 야후도 한국에서만은 다르게 운영할 필요성을 인정한 셈이다.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도 검색창 바로 아래에 있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외에 ‘주간 여성 검색어’ ‘주간 남성검색어’ ‘일간급상승 맛집’ ‘실시간 뉴스 검색어’ 등을 별도 코너로 운영하고 있다. 그 코너의 위력이 얼마나 크던지 한 전문가는 “네이버의 인기 검색어가 우리나라 여론을 좌우한다”고 주장했다. 이러다 보니 대학생들이 등록금 인하 운동을 하면서 ‘인기 검색어 1위에 올립시다’라는 플래카드를 교정에 내걸 정도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가. 그리고 이 같은 현상은 바람직한 것인가.

한국의 네티즌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유독 ‘이슈’에 관심을 갖는다. 그들은 나의 관심사를 인터넷에서 찾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무엇에 관심을 갖는지에 더 주목한다는 얘기다. 포털에 오른 질문들 중에는 ‘○○○가 왜 검색어 순위 1위죠?’라는 질문이 많이 올라 있다. 다른 사람들이 왜 관심을 갖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이다. 이 같은 한국 네티즌들의 성향은 검색 위주의 구글이 한국에서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게 만드는 요소로 지적된다. 그러나 ‘실시간’과 ‘추천’으로 네티즌들의 정보 수요 패턴을 이끄는 것은 네티즌들에게 ‘어제’의미를 망각하게 만든다. 또 숙고하기보다는 즉각적인 대응을 낳게 만들며 정보의 편식을 부른다. 무엇보다 인터넷의 장점인 개인의 창의성과 자율성 확대보다는 획일로 몰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반성해 봐야 한다.

인기 있는 콘텐트가 좋은 콘텐트라는 보장은 없다. 사이트 운영자들은 인기 위주로만 네티즌들의 입맛을 길들여 가고 있지는 않은지, 그것이 먼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지 반성해 볼 때다. 

백재현 서비스사업부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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