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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업>드라마"호텔" 경빈役 이진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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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신분:호텔재벌의 둘째아들.이복형을 제치고 호텔을 차지하려 뛰고있다.
성격:사랑보다 출세욕이 강한 야심가.
상황:요직에 오르고 약혼도 했으나 이복형.누나의 견제와 과거동거했던 여자의 출현이 문제.」 MBC-TV 미니시리즈 『호텔』에서 차남 경빈역을 맡은 이진우(27)는 요즘 이런 메모를 차안에서 숙독하며 촬영장으로 나간다.전날밤 대본을 읽고 직접 요약해 놓은 경빈의 신상메모다.
경기도 파주의 집에서 서울까지 1시간30분가량 메모를 응시하다보면 양순하던 그의 눈빛은 어느덧 출세욕에 이글거리는 재벌2세의 그것으로 변한다.
『배역과 저를 일치시키는 워밍업으로 석줄짜리 메모가 그만이에요.야심가 경빈의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카스테레오도 힘찬 행진곡을 틀어놓지요.』 연기생활 6년만에 처음 맡은 악역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부잣집 막내아들 같은 인상 때문에 착한 역만 맡아온 그는 이번에 「변신」할 수 있는 탈출구를 찾았기 때문이다. 90년 MBC드라마 『두권의 일기』에서 채시라와 사랑에 빠지는 고교생 역할로 데뷔한 그는 당시의 인기극 『고개숙인 남자』에서 최민수를 끝까지 감싸주는 맘씨좋은 친구역으로 주목을 받았다. 「선한 배우」이미지가 붙박힌 것도 이때.군(공수부대)에서 제대한 지난해 SBS드라마 『영웅일기』『사랑은 없다』『까치네』등에서 연달아 주연을 맡으면서 그같은 이미지는 더욱 굳어졌다.특히 『사랑은 없다』에서 사랑하는 여성을 멀리하고 구도의 길을 걷는 신학도역을 맡을 당시엔『정말 신부아니냐』고 문의하는시청자도 있었다고 한다.그러나 최근 『호텔』에 전격 발탁되면서부터 그는 정반대 인물로 변했다.출세를 위해 추악한 집안싸움을주도하는 한편 약혼녀와 옛여인을 번갈아 만나는 바람둥이로 신부와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는 것.
『악역이라지만 사람이 24시간 편의점처럼 하루종일 악할 수는없겠지요.악의 외피속에 고뇌를 감춘「보통 사람」을 연기하고 싶습니다.』 『호텔』출연후 많으면 하루 40여통까지 팬레터를 받는다는 그는 인기보다 극중 이복형 한석규처럼 섬세한 연기력을 갖추는게 목표다.
최근 아기아빠임이 밝혀진 그는 중학동기인 부인과 5월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다.
글=姜贊昊기자 사진=吳東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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