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미국대선] 피부색 이중 전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2006년 11월 워싱턴에서 최초의 선거전략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 한 참모가 인종 문제를 이슈로 제기했다. 흑인인 오바마가 백인 표를 얻기 힘들지 않을까 우려한 것이다. 오바마는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선거에서도 이 문제를 무리 없이 극복했던 만큼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잘라 말했다. 오바마가 지금까지 흑인층의 몰표를 얻으면서도 백인층 지지까지 상당히 이끌어 낸 걸 보면 그의 말대로 인종 문제를 극복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 오바마는 출발부터 인종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백인 참모들은 최초의 경선지인 아이오와가 백인이 많은 주인 만큼 흑인 교회에 가지 않는 등 흑인과 거리를 둘 것을 조언했다. 그러자 흑인 지도층은 “오바마가 인종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당황한 오바마는 유력 흑인 지도자들로 자문단을 꾸려 흑인표 공략 방향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영향력 있는 흑인인 존 루이스 하원의원이 힐러리 지지를 선언했다. 큰 충격을 받은 오바마는 루이스에게 “아버지가 등 뒤에서 나를 찌른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급해진 오바마는 부인 미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자신은 흑백 모두에 지지를 호소하는 한편 미셸이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흑인 표를 공략했다. 이 전략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힐러리 유세에 나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오바마의 선거 전략이 (과거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흑인 표만 얻고 백인에게 외면받은) 제시 잭슨 목사를 닮았다”고 비꼬았지만, 오바마는 이후 경선에서 백인 표 공략에도 성공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는 12일 오바마가 이번 경선에서 인종 문제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흑백 통합을 선거구호로 주창하면서도 한편으론 흑인 표를 결집시키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또 오바마의 흑백 통합 선거전략이 히스패닉 유권자를 소외시켰다고 꼬집었다.  

정재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