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쓰레기 ‘먹어치우는’ 싱크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3면

주부들이 싫어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음식물 쓰레기 처리다. 버리다 보면 고약한 냄새가 손에 배고, 아파트 승강기 안에서 민망할 때도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기술이 개발됐다. 상용화되면 주부들에게 큰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장호남 교수팀은 싱크대 밑 배수관에 음식물 쓰레기 분쇄기를 설치, 음식물 쓰레기를 잘게 부순 뒤 하수구로 빠져나가게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발표했다. 쓰레기를 손으로 만지거나 별도의 수거 작업을 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싱크대의 하수구는 별도의 정화조로 연결된다. 분쇄된 음식물 쓰레기가 그대로 하수처리장이나 하천으로 흘러나가면 환경오염이 심해지기 때문에 중간 처리 과정을 둔 것이다. 정화조는 음식물 쓰레기의 작은 입자를 걸러내고, 미생물로 물 속의 더 작은 음식물 찌꺼기를 먹어 치우도록 설계했다.

장 교수는 “서울 청담동 진흥아파트 90가구를 대상으로 지난해 음식물 쓰레기 처리 시스템을 시험 가동해 본 결과 환경 부담도 거의 없고 주부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화조의 여과장치에서 걸러낸 음식물 찌꺼기를 모아 건조하면 100가구 기준 한 달에 30㎏ 정도가 된다. 정화조 설치 공간은 100가구를 기준할 때 16㎡(약 5평) 정도 필요하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먼저 쓰레기 관련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현행 법으로는 음식물 쓰레기를 분쇄해 하수관으로 버릴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국내에서만 연간 1조원 규모의 친환경 음식물 쓰레기 처리 산업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