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高위세 百藥이 무효-日 수십억弗 換市개입 허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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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엔高현상에 대해서는 과연 「무책이 상책」인가.
일본의 통화당국이 엔高대책을 놓고 심각한 딜레마에 빠졌다.어떻게든 엔高를 막아보겠다는 고육책으로 금리인하 계획까지 내비쳤지만 엔高 기세를 꺾기는커녕 엉뚱하게도 채권시장의 재테크 열기만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일본 통화당국은 최근 엔高 저지를 위해 수십억달러를 동원,외환시장 개입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효과가 없자 지난 27일 공금리인하를 시사하기에 이르렀다.다케무라 대장상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엔高저지에 필요하다면 재할인금리에 대해 기동적이고 탄력적인 대응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즉각 일본 정부가 공금리인하 결정을 내린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산케이(産經)신문등 일부 언론은 『4월초께 재할인금리가0.5~0.75%포인트폭 인하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보도했다. 금리인하는 엔高저지를 위해 일본 정부가 마지막으로 동원할 수 있는 초강경 대응책임에 틀림없다.금리인하는 한 나라의 통화가치를 약화시킬수 있는「특효약」으로 통한다.그러나 저축의욕을 감퇴시키고 소비및 투자욕구는 높여 인플레를 낳는 부 작용이 우려된다.자칫 심각한「거품경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일본은 과거에 이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10년전인 85년 엔화가 달러당 2백50엔대에서 2백엔대로 수직 급등하자 일본 정부는 공금리를 낮추는 대응책을 썼다.하지만 엔화는 달러당 1백50엔대까지 더 올 랐고 결과는경제에 거품만 잔뜩 불어넣는 것으로 끝났다.이 때문에 일본은 최근 엔高에도 불구하고 금리인하만은 망설여왔던 것이다.
실제 금리인하여부는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만약 금리를 내린다면이번에도 결과는 비슷할 것같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다케무라 대장상이 고뇌끝에 금리인하를 시사한 27일 도쿄 외환시장은 이에 화답하는 듯했다.지난주말 한때 달러당 87.9엔까지 올랐던 엔화는 89.6엔으로 후퇴했다.그러나 약효는 단 하루로 그쳤다.28일 다시 오름세로 돌아선 엔화는 29일 현재달러당 88.3엔까지 급반등했다.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금리와 환율의 상관관계가 일본에선 먹혀들지 않는다는 점이 다시금 입증된 셈이다.
투자자들은 일본의 금리가 어떻든 간에 달러화는 미국의 쌍둥이적자가 해소되지 않는한 엔화에 대해 장기 하락추세를 거듭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금리인하 시사는 엉뚱한 파장만 몰고 왔다.일본 투자자들은 금리인하에 따른 시세차익을 겨냥해 뭉칫돈을 들고 채권시장으로 몰렸다.금리상품에 대한 재테크 열기가 고조된 것이다.시장 실세금리는 연일 급락(채권값 급등)했다.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30일 현재 3.6%대까지 떨어졌고 3개월만기 양도성예금(CD)금리는 1.9%선까지 폭락했다.연리 1.9%라면 사실상 금리가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급해진 통화당국은 실세금리하락을 저지하기 위해 금융기관들에대출했던 5천억엔의 자금을 긴급 회수하는 등 법석을 떨고 있다.그러나 일단 발동이 걸린 금리하락 행진은 쉽게 멈출 기세가 아니다. 한편 독일이 30일 예상밖으로 공금리를 전격 인하함에따라 같은 강세통화인 마르크화가 하락세로 돌아섰고 그 여파로 엔화도 덩달아 약세로 기울기는 했지만 이 또한 일시적인 현상에그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金光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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