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법 등 처리 또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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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 3법이 2일 국회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 무산됐다. 이번 정치개혁법은 돈 안드는 선거와 효율적인 정치틀을 짜는 데 초점을 맞춰 기대를 모았었다. 특히 4.15 총선을 앞두고 깨끗한 선거를 위해 '돈은 묶고 단속은 강화한다'는 원칙에 충실하고 있다. 선거운동에도 일대 변화가 예상됐으나 일단 물거품이 됐다. 처리가 늦춰진 정치개혁 3법안의 내용은 돈보다는 말이, 조직보다는 발품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현실을 너무 도외시한 법"이란 비판도 나온다.

◇"돈은 묶고 단속은 강화하고"=총선에 나설 후보자가 조직을 동원한 '돈 선거'를 할 생각을 했다간 큰코 다치기 십상이다. 개정법은 우선 정치자금의 입구와 출구를 훤히 들여다보이도록 했다. 1회 100만원 이상의 기부와 50만원 이상의 지출은 수표.신용카드 등을 사용토록 했다. 또 국회의원에게 연간 120만원 이상 후원금을 내면 인적사항이 공개된다.

모금액도 대폭 축소했다. 국회의원이나 국회의원 후보자가 연간 모을 수 있는 후원금을 선거가 있는 해의 경우 기존 연간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줄였다. 여기에 선관위의 조사권을 강화한 것은 물론 경미한 금품을 받은 사람에겐 받은 액수의 50배를 과태료로 내게 하는 조항도 신설했다.

수도권에 출마할 예정인 한 의원은 "불법 선거가 겁나 일단은 지구당에 선거운동을 아예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할 정도다. 대신 돈은 덜 쓰도록 했다. '돈 먹는 하마'인 지구당을 폐지하고 정당.합동 연설회도 금지해 돈으로 세를 과시하는 일은 없도록 했다.

◇"발품을 팔아라"=돈을 못 쓰게 하는 대신 후보자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은 일부 추가됐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경우 지금까지 1회밖에 할 수 없었던 지상파 TV를 이용한 연설을 2회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e-메일은 물론 지역구 가구수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수량의 홍보물 우편 발송도 가능해졌다. 그런 만큼 미디어를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선거 변수로 등장했다. 하지만 미디어를 통한 홍보수단이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다. 그래서 합동연설회 등이 폐지된 마당에 결국 후보자의 발이 더 중요해졌다는 게 중론이다.

자신을 더 알리려면 신발끈을 질끈 동여매고 유권자를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용호.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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