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완전 봉쇄 20여 일 … 네티즌 울린 한 가장의 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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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양측에서 밤새도록 쏘아대는 로켓탄 소리와 불빛 때문에 잠을 이루기 힘들다. 겁에 질린 두 아이들은 엄마·아빠 곁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매일 사람들의 한숨과 걱정이 뒤섞인 곳에서 살고 있다. 아이들의 스트레스와 불안이 극에 달해 있다. 도움이 필요하지만 여의치 않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완전 봉쇄로 20여 일째 고통을 겪고 있는 한 팔레스타인 가장의 일기가 11일(현지시간) 아랍어 위성방송인 알자지라의 웹사이트(www.aljazeera.net)에 소개됐다. 오마르(민간구호단체 옥스팜의 구호요원)는 물자와 전기 부족으로 겪고 있는 참담한 실상을 밝혀 많은 사람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내일은 딸 아이의 일곱 번째 생일이다. 여느 아이들처럼 내 딸들도 생일이면 케이크나 사탕 같은 것들을 기대한다. 딸들이 ‘아빠! 내일 맛 있는 거 사주실 거죠?’라고 할 때면 가슴이 찢어진다. 그러나 나는 ‘밀가루와 설탕이 남아 있다면, 초콜릿이 가자지구에 들어온다면’ 하는 식의 가정화법을 빌려 답을 할 수밖에 없다. 이 봉쇄가 끝나면 얼마나 좋을까.”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점령한 지 38년 만인 2005년 9월 이곳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는 하마스가 이듬해 1월 팔레스타인 총선에 승리하자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로 통하는 모든 길을 막았다. 상황에 따라 봉쇄 수위가 달라졌지만 지난달 17일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쏜 로켓포탄 공격으로 이스라엘인 인명 피해가 발생하자 이 지역을 전면 봉쇄하고 발전소 연료 공급을 중단했다.

“우리 가족은 어제 저녁도 암흑 속에서 보냈다. 봉쇄에 따른 정전 탓이다. 난방도 되지 않아 추위에 덜덜 떨어야 했다. 시장에서 담요를 구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설령 담요가 있어도 대부분의 가자 사람들은 살 형편이 못 된다. 봉쇄 탓에 이미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었다. 봉쇄는 생필품을 포함한 거의 모든 상품 값을 올려 놓았다. 어제 7세켈(약 1800원) 하던 빵 한 덩이 값이 오늘은 8세켈로 올랐다. 두 달 뒤면 아내가 셋째 아이를 낳는다. 전기도 약품도 없는 병원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로 인해 오마르와 같이 가자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 주민 150만 명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봉쇄에 따른 물자부족으로 인해 가자지구 어린이 9명 중 1명은 영양실조 상태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마스는 지난달 23일 이집트로 통하는 국경 장벽을 파괴해 주민들이 이집트에서 생필품을 구하도록 했지만 이마저 이달 초부터 다시 막혔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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