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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파이에 뚫렸다” … 미국 발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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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중국 정부에 미국의 군사 기밀을 넘긴 두 건의 스파이 사건으로 미 국방부 관리 등 4명이 11일 체포됐다. 미 법무부는 “중국의 미국 내 스파이 활동이 냉전 수준에 도달했다”며 중국 정부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AP통신·CNN 등에 따르면 이날 미 법무부는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와 관련된 기밀 정보를 중국에 팔아 넘긴 혐의로 국방부 관리 그렉 윌리엄 버거슨(51)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대만계 미국인 쿼타이선(58)은 버거슨에게 이 정보를 구입한 혐의로, 중국계 미 영주권자 캉위신(33)은 쿼타이선과 중국 정부 사이에 다리를 놓은 혐의로 각각 붙잡혔다. 버거슨이 중국 측에 넘긴 정보엔 향후 5년간 미국이 대만에 판매할 무기와 군사 기술 내역이 모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미 국방부에서 대외 무기판매를 담당하는 국방안보협력국(DSCA)에서 근무해 왔다. 또 보잉·로크웰사의 엔지니어였던 중국계 미국인 그레그 청(72)도 중국 정부에 미 우주항공 기술에 관한 기밀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이날 체포됐다. 그는 1973~2006년 이들 회사에서 일하면서 우주왕복선을 비롯해 B-1 폭격기, C-17 군수송기, 델타4 로켓 등에 관한 정보를 중국 정부에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미 법무부는 79년 중국 관리들이 청에게 우주항공 관련 기밀을 수집해 줄 것을 요청했고, 청은 “조국을 위해 기여하고 싶다”는 답신을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8년간 수시로 중국을 드나들며 미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등에 대한 강연을 하는가 하면 중국 관리들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케네스 웨인스타인 미 법무부 국가안보 담당 차관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외국 정보기관들이 끊임없이 미국의 민감한 군사 기술과 정보를 훔쳐가려 해 국가안보와 경제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중국이 가장 공격적인 활동을 벌이는 부류”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중국 쪽은 아직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최근 미국은 중국의 스파이 활동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해 왔다. 지난해 7월엔 로버트 뮬러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의회에 “중국의 스파이 활동이 심히 걱정스럽다”며 “중국 정부가 자국의 군사·경제 발전을 위해 미국의 비밀을 훔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어 9월 18일 마이클 매코널 미 국가정보국장(DNI)은 하원 청문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취약한 시스템·시설에 대한 정보를 공격적으로 수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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