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성, 화재 막으려 식당선 가스 못 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세계 각국은 중요문화재를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꼼꼼한 대비를 하고 있다.

◇매년 실전 훈련하는 일본=일본에서는 매년 1월 26일 ‘문화재 방재의 날’을 전후해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중요문화재와 관련시설에서 실전을 방불케 하는 화재 진압 훈련을 한다. 1949년 나라(奈良)현 호류지(法隆寺) 금당 화재와 이듬해 7월 교토(京都)시 긴카구지(金閣寺) 방화 사건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55년 문화재가 가장 불에 취약한 1월과 호류지 금당이 소실된 26일을 기준으로 문화재 방재의 날을 제정했다.

문화재청과 소방청은 해마다 구체적인 훈련 실시 지침을 작성한다. 올해 지침의 핵심은 방재 책임이 문화재 주변 주민에게도 있다는 것이다. 중요 문화재엔 아예 접근 자체를 못 하게 한다. 긴카구지 관리인 와다 겐메이(和田賢明)는 “사설 경비원이 24시간 지키고 있으며, 절에서 10m가량 떨어진 곳에 울타리를 설치해 이 안쪽으로는 관광객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체 소방대 운영하는 중국=중국의 상징인 천안문과 자금성을 비롯한 고궁들은 40명 이상으로 구성된 자체 소방대를 운영하고 있다. 소방대는 화재 발생 시 1~2분 안에 출동할 수 있는 비상 태세를 갖추고 있다. 감시 카메라, 연기 감지기, 자동 스프링클러 등이 설치돼 있는 것은 물론이다. 162개의 소화전과 1300여 개의 소화기도 비치해 놓았다. 설비 점검과 감독도 월 1회 이상 실시한다. 화재 진화 시는 분말 소화기를 먼저 사용하도록 돼 있다. 문화재 보호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자금성 내부에는 카페·식당 등이 영업 중이지만 화재 예방을 위해 가스는 공급되지 않는다.

◇‘화재방지연맹’설립한 미국=미국은 1896년 설립된 민간단체 전국화재방지연맹(NFPA)의 주도 아래 화재에 의한 문화재 피해를 철저히 예방하고 있다. NFPA는 산하에 ‘문화재 위원회’를 설치해 화재 방지 시설 및 대처 요령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 놓았다. 미 의회도서관 등 방화수에 의해 희귀 자료가 훼손될 우려가 큰 곳에선 자동 진화가스를 배출하는 특수시설을 설치했다.

◇행사 전 사전신고하는 프랑스=루브르 박물관, 베르사유 궁전, 가르니에 오페라극장 등을 행사용으로 민간에 대여하면 화재 사고에 특별히 대비한다. 행사 주최 측은 행사 세부일정을 파리 경찰청에 사전신고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행사 시설이나 장식물은 반드시 불연 처리를 해야 한다.

도쿄·베이징·뉴욕·파리=김동호·진세근·남정호·전진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