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논술 유지·영어 제시문 추가 유력…독해력 키워야 고득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9면

연세대 정시모집 인문계열에 지원한 수험생들이 한 강의실에서 논술고사를 치르고 있다. [중앙포토]

대학교육협의회가 최근 논술 가이드라인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논술시험에서 금지했던 ①특정 교과의 암기된 지식을 묻는 문제 ②수학이나 과학과 관련된 풀이 과정이나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 ③외국어로 된 제시문의 번역이나 해석을 필요로 하는 문제를 출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009학년도 대입 논술은 급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대학에서 예전의 고전논술로 회귀할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정착돼 가는 통합논술 유형을 바꾸는 데 부담이 따를 수 있어서다.

2008학년도에 치러진 교과 통합적 세트형 다(多)문항 방식은 평가의 객관적 기준을 설정해 채점이 용이하고, 논술문을 작성하는 데 필요한 독해력·분석력·창의력·비판력·작문 능력 등을 과정 중심적으로 평가하는 데 유효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학들이 2008 통합논술 문항 개발에 많은 공들 들여 왔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대학들은 제시문에 표·그래프·그림 등은 그대로 사용하되 영어 제시문을 추가하는 형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부 대학은 자연계에서도 영어 제시문 출제를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난도는 물론 2008학년도 통합논술에 비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서울대의 경우 이미 2008학년도 문제에 교과 과정과 시사성을 반영한 주제, 상세하고 평이한 제시문, 단계적으로 통합적 사고력을 묻는 논제로 체감 난도를 높인 상태다.

◇인문계열

기존 통합논술 유형에 영어 제시문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당수 대학에서는 절반 이상 영어 지문을 출제할 수도 있다. 국어와 동시에 영어 실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과거 영어의 제시문은 수능 외국어영역 수준보다 난도가 높았다. 따라서 독해하기 어려운 제시문은 전체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문제의 요구 내용에 맞춰 요약하고 정리할 필요가 있다. 대체로 영문이 포함된 논술에서는 번역과 요약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시기별로는 수시모집에선 영문 제시문이 많고, 정시모집에서는 국문 제시문을 많이 출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다수 대학이 세트형 복수 문항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먼저 요약·설명·비판·추론·논술 등 세부적인 논제 요구 사항에 따라 제시문을 독해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글을 요약하고, 자료를 해석해 결과를 추론하고, 요지를 비교하고, 특정 관점을 적용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물론 답안 분량이 늘어나는 추세이므로 빠르고 정확하게 답안을 작성하는 연습도 해야 한다. 인문계에서도 도표와 수리적인 문제 해결력을 평가하는 대학이 많으므로 교과서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해 둘 필요가 있다.

◇자연계열

기존 통합논술 유형에 풀이형 문항이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심층면접과 구술의 경향을 이어받아 영문, 국·한문 혼용 제시문을 주고 미적분·수열·삼각함수 등 전공과 관련된 수학 문제를 활용할 수도 있다. 논술 주제에 다가가기 위해 또는 논리적 전개를 위해 정량적인 계산 문제를 낼 수도 있다.

서울대가 2008학년도 자연계 네 번째 문항으로 평균값 정리에 대한 증명, 함수의 연속성에 대한 증명, 함수의 근사식에 대한 부등식 증명 등 과거 본고사 수학 문제에서 다뤘던 증명 문제를 출제한 것도 유념해야 한다. 실제로 자연계열 논술의 기출 문제를 살펴보면 인문계에 비해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요구하는 게 많았다. 따라서 수학과 과학 교과의 영역을 넘나드는 논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과 각 단원의 기본 개념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수리나 과학탐구 영역을 공부할 때 공식이나 정리를 외우기보다는 공식의 유도 과정을 이해하고, 증명하는 방법을 꼭 기억해 둬야 한다.

특히 창의성을 묻는 문제의 경우 수학과 과학 원리를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지 평가하므로 평소 교양 과학서를 읽으며 감을 잡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자연계에서도 수리적 계산이나 증명 외에 다양한 제시문을 정확하게 독해·요약하는 능력을 평가하므로 인문학적 지식도 함께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만기(유웨이중앙교육평가이사·EBS논술강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