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영어왕’ 엄마의 교육 노하우 들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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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숙씨가 딸 진시화(左)양, 아들 원준(右)군과 함께 영어 그림책을 읽고 있다. [사진=안윤수 기자]

“실생활에서 꾸준히 영어를 만날 수 있게 했더니 자기 언어로 만들어 가더군요.”

외국 유학 한번 안 시키고 서울 개일초등학교 3학년 딸 진시화 양을 영어 도사로 만든 어머니 박금숙씨의 말이다. 시화양은 지난해 11월 서강대가 주최한 ‘서강 잉글리시 콘테스트’ 초등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고 ‘아리랑TV 스피치 콘테스트’ ‘팬컴 스피치 콘테스트’ 등에서도 수상한 실력파다.

여느 어머니처럼 영어에 능숙하지 않은 박씨가 딸 영어 실력을 원어민 수준으로 키울 수 있었던 건 짜임새 있는 교육 덕분이다.

박씨는 아이가 돌 때부터 방 벽에 대형 단어장을 붙여놓고 조금씩 익히게 했다. ‘세서미 스트리트’ ‘텔레토비’ 같은 주한미군방송(AFN KOREA)의 영어 교육방송도 수시로 보여줬다.

또 영어 그림책도 적극 활용했다. 귀가 트여야 말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처음엔 글씨를 보여주지 않고 테이프만 듣게 했다.

“스토리북 테이프를 수시로 듣게 했어요. 잠 들기 전에도 틀어 줬더니 서서히 문장들을 따라 하더군요. 원어민의 대화 속도가 상당히 느려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때부터 책을 보면서 테이프를 들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하더라고요.”

4~5살 때쯤 들어가는 영어 유치원을 6살 때 들어간 진양은 3개월 만에 고급반으로 올라갔다.

“영어로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물어봤죠. 아는 단어들을 조합한 ‘콩글리시’로요. 그런데 시화가 제 말투를 그대로 흉내내는 거예요. 그래서 더듬더듬으로라도 완전한 문장으로 물었더니 제대로 답하더라고요.”

시화가 낙서까지 영어로 하자 박씨는 일기를 영어로 써 보자고 제안했다. 이틀에 한 번꼴로 일기를 쓴 덕에 이제는 ‘음위율’까지 맞춰가며 영시를 쓸 정도다.

시화가 좀 더 어려운 영어책을 찾으면서 박씨는 도서관이나 대형 서점을 자주 찾았다. 영어 코너에서 『나니아 연대기』 『찰리와 초콜릿공장』 같은 재미있으면서도 많이 알려진 소설들을 같이 골랐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적었다가 아빠가 쓰는 영어사전을 찾아보게 했다. 독서능력까지 키운 시화는 지금은 하드커버로 된 두꺼운 영어소설도 사흘이면 다 읽는다고 한다.

박씨는 “영어 공부를 강요하기보다는 습관처럼 편안하게 접하게 하는 게 가장 좋은 공부법”이라고 말했다.

“시화가 역사를 좋아해 사찰·고분 같은 유적지를 자주 찾는 편이에요. 영어 안내문을 한번 읽어 보라고 했더니 지금은 스스로 안내문 앞으로 달려가요. 안내문 영어는 내용이 충실해 영어와 국사를 한꺼번에 공부할 수 있거든요.”

글=신상윤 기자 , 사진=안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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