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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나라살림, 종로에서 배워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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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큰 물줄기가 지금의 한강인 경강(京江)입니다. 한강변 나루터는 조선시대 유통의 중심지였어요. 서강에선 곡물을, 마포에선 생선을 주로 팔았죠.”

오씨가 ‘눈높이 역사 특강’을 시작하자 분위기는 금세 진지해졌다. ‘박물관이야기’ 엄마들은 이날 자녀 친구들과 함께 체험학습에 나섰다. 최근 『박물관에서 사회 공부하기』를 낸 이들과 봄방학에 ‘조선시대 나라살림’에 대해 배울 만한 체험학습 코스를 미리 돌아봤다.

◇광화문 육조거리와 조세박물관=오씨는 “새 정부 취임식(2월 25일)에 맞춰 나라살림을 주제로 견학 동선을 짜볼 것”을 권했다. 이들이 추천한 첫째 코스는 광화문 육조거리와 조세박물관. 3호선 지하철 경복궁역이 출발점이다. “세종로는 조선시대 관청이 있던 육조(六曹)거리였어요. 문화관광부, 세종문화회관 등이 있는 자리에 의정부·이조·호조·예조·병조·형조가 들어서 있었지요. 궁궐 밖 관청이라 ‘궐외각사’로 불렸죠.”(남경애씨)

엄마의 말을 열심히 듣던 정인(서울 언주중1)이가 광화문 복원 현장 가림막인 강익중 작가의 모자이크 작품 ‘광화에 뜬 달’을 뒤로한 채 섰다. 육조거리에서 임금이 꿈꾸던 나라를 상상하기 위해서다. 이어 국세청 별관 옆 조세박물관을 찾은 정인이는 “과자를 사먹을 때마다 부가가치세를 내고, 나라살림의 근간은 세금이란 것을 배웠어요”라고 말했다.

◇종로 시전거리와 서울역사박물관=조선시대 시장을 주제로 견학하려면 시전거리와 서울역사박물관에 가보자. 1호선 종각역이 출발지다. “당시 종로통 좌우에 공랑을 설치해 상인들에게 점포를 빌려줬어요. 시전 가운데 규모가 크고 세금을 많이 내는 곳은 육의전으로 불렸어요. 탑골공원 삼일문 왼쪽에 가면 육의전 표지석이 있지요.”(이찬화씨)

아이들은 보신각 앞에서 시전거리를 상상한 후, 제일은행 본점 왼쪽 옆 샛길을 따라 교보문고 앞까지 걸었다. “백성들은 이 길로 다녔어요. 종로통 거리에서 양반과 마주치면 꾸벅 절하느라 한나절이 가도 못 지나니까, 옆길로 살짝 피해 지름길로 다녔지요. 말(馬)을 피한다고 해서 피맛길이란 이름이 붙은 거죠.”(남씨)

◇박물관에서 오감교육 하려면=박물관이야기의 ‘엄마 선생님’들은 “6학년 2학기에 현대사회의 정치와 행정, 나라살림에 대해 배우면서 아이들은 사회를 밑줄 쫙쫙 그어가며 외워야 하는 과목쯤으로 여긴다”며 “이때 박물관 견학을 하면 효과적”이라고 당부했다. 입법은 헌정기념관, 사법은 법원사전시실, 행정은 조세박물관·관세박물관·부산세관박물관·외교사전시실에서 공부하면 좋다.

박물관에선 아이가 관심 있는 주제를 하나 정해 깊이 본다. 대여섯 시간씩 끌고 다니는 것은 엄마 욕심이다. “1시간 견학하고, 1시간은 경희궁에서 뛰어놀게 하세요. 지하철역 이름에 얽힌 역사 얘기도 들려주면서 오가는 길을 즐겨야 스트레스를 안 받죠.”(이씨)

지하철 노선표를 펴놓고 교통편을 알아보는 것도 ‘지리 공부’다. 이들은 “역사 공부가 어려우면 학예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고 당부했다. “두 명만 가도 전시 안내를 해주는 사설박물관들이 있어요. 엄마들이 지레 겁먹고 요구를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안내책자와 박물관 영상물도 충분히 활용하세요.”(오씨)

글=박길자 기자 dream@joongang.co.kr, 사진=안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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