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나만의 학습법' 효과 톡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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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 합격자가 발표됐다. 올 대학입시는 대학의 낮은 내신 실질반영률, 수능등급제 시행, 까다로워진 논술과 구술·면접 등 수험생들의 고충이 어느 때보다 컸다. 서울대 정시 합격생들의 수험기를 들어봤다.

◇“수학 원리 반복학습으로 내신 향상”=서울대 의예과에 합격한 김준식(19·휘문고3)군은 철저한 반복학습으로 부진한 수학과 내신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자연계열 수험생들에게 평가 비중이 큰 수학은 김군에겐 내신의 발목을 붙잡는 존재였다. 김군의 내신등급은 1·2학년 땐 서울대 의예과를 넘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특히 수학은 학습량에 비해 별 진전이 없어 늘 애를 태웠다.

그러나 내신이 3학년 들어 1.1로 급상승했다. 2학년 겨울방학 때 수학 공부의 단점을 집중 보완했기 때문이다. 김군은 “예전엔 무조건 공식을 암기하고 문제집만 많이 풀려고 했었다”며 “공부를 많이 해도 시험 때는 틀리는 문제가 많았다. 늘 지식에 구멍이 숭숭 나있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교과서와 자습서인 수학정석을 하루 한 단원씩 개념과 원리 중심으로 반복 학습했다. 풀이과정은 노트에 써가며 차근차근 정리했다. 이렇게 반복하길 수십 번. 어느새 소설을 읽듯 수학 교과서의 전체 줄거리를 꿰뚫게 됐다. 단원별 목차와 개념 순서를 줄줄 암기할 정도였다.

그는 “문제를 보면 바로 수학의 어떤 단원인지, 개념과 공식, 적용되는 풀이과정이 고구마 줄기 캐듯 줄줄이 떠올랐다”며 “짧은 시간에 수학 문제를 풀어 발표하는 구술면접 때도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반복학습은 수능 시험 한달 전까지 계속됐다. 취약 단원과 기말고사 범위에 포함되지 않아 소홀하기 쉬운 확률과 통계에 시간을 집중 할애했다.

◇“TV와 발표연습으로 논술과 면접 공부”=서울대 사회과학대에 합격한 조윤지(19·명덕외고3)양은 야간자율학습 대신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큰 소리로 떠들며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거실에 화이트보드를 놓고 써가며 읊조렸다. 마치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듯 풀이과정을 소리내서 설명하며 ‘이 부분은 중요하니까 밑줄 쫙~’ 흉내까지 냈다.

조양은 “집중력은 높은데 오래 가질 않아 이런 공부법을 택했다”며 “조리 있고 알기 쉽게 설명하려고 하다보니까 사고력과 발표력이 길러졌다”고 말했다. 구술면접고사 때 효과를 톡톡히 봤다.

고3 수험생에겐 금물인 TV가 조양에겐 세상을 보는 창이자 휴식처였다. 조양이 가장 좋아하는 단골 프로그램은 ‘인간극장’. 이번 논술시험에서도 ‘인간극장’을 인용해 답안을 작성했다. 소득과 행복과의 상관관계를 묻는 이번 논술 문제에 대해 행복지수 세계 1위인 바누아투에 사는 한 한국인의 삶을 담은 TV 시청소감을 떠올려 답을 썼다.

조양은 “삶의 경험이 부족한 고3 수험생에게 TV는 좋은 학습자료”라고 말했다. 조양은 또 “학기 중엔 친구들과 자신 있는 과목의 요약 자료를 공유하며 시간을 아꼈다”며 “틀린 문제는 오려 교과서 관련 단원에 붙이고, 잘 모르는 참고서 내용은 옮겨 적는 등 교과서를 종합화해 나만의 통합참고자료로 만들어 활용했다”고 덧붙였다.

◇“수업 직후 복습과 정리로 수능 정복”=서울대 수시모집 특기자 전형에 낙방한 뒤 정시에서 화학생물공학부에 합격한 김한솔(19·이대부고3)양은 수험기간 동안 남모르는 속앓이를 극복해야 했다. 프랑스에서 중3 과정까지 배운 김양에게 우리말은 낯선 대상이었다. 이 때문에 친구들과 달리 국어가 가장 어려웠다. 단어 뜻을 모르니 시험이 쉽지 않았다. 김양은 “속단(速斷)의 뜻을 몰라 헤맨 기억이 있다”며 “국어가 취약해 고2 모의고사가 2~3 등급이었다”고 말했다.

부모와 상의한 끝에 학기 중엔 수업에 집중했다. 학원을 가지 않고 복습에 주력했다. 수업 직전마다 이전 시간에 배운 단원을 다시 봤다. 특히 야간자율학습을 최대한 활용해 그날 배운 과목은 꼭 복습하고 내용을 정리했다. 2학년 겨울방학 때는 부족한 언어영역을 보충하는 데 시간을 썼다. 어휘와 문법 책을 따로 사서 공부하고 인터넷 강의로 실력을 쌓았다. 방학이 끝날 무렵 모의고사식 문제풀이로 기출유형과 학습수준을 파악했다. 그 결과 고3 첫 모의고사에서 만점을 받았다.

수학도 극복 대상이었다. 학습단계별로 풀이과정을 배우는 프랑스 교육에 익숙했던 김양에게 제한된 시간 내에 정답을 맞혀야 하는 한국식 수학 시험은 적응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성적은 늘 중간에 턱걸이하는 데 머물렀다. 선행학습을 하는 친구들과의 내신 경쟁도 쉽지 않았다.

김양은 “수학 문제집을 상·중·하 수준별로 구입해 단계별로 학습했다”며 “새벽 4시에 일어나 등교 전 2시간 동안 전날 배운 내용을 복습하거나 그날 수업을 예습해 기억력을 높였다”고 말했다.

박정식 기자tangopark@joongang.co.kr, 사진=강욱현·안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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