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참여기피 巡廻교사제 겉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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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93년부터 서울시내 중.고교에 도입된 순회교사제가 교사들의 참여 기피등으로 겉돌고 있다.
순회교사제는 교사 1명이 맡기엔 수업시간이 너무 많고,그렇다고 2명의 교사가 맡기엔 수업시간이 적은 교과목에 대해 2개 학교를 묶어 양측 학교의 초과수업시간을 1명의 순회교사가 맡도록 함으로써 학교간.교과간 교사의 수업시간 격차를 해소,교육의질을 높이면서 교사정원 감소로 예산도 절감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
지금까지 고교는 93년 7명,94년 9명에 이어 올해에는 20명의 미술.음악.가정교사가 순회교사로 발령받았고 중학교는 동작교육구청 관내에서만 지난해 2명,올해 6명등 모두 8명의 미술.음악교사가 순회교사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순회교사제는 제도 성공의 핵심인 순회교사를 누가 맡을것인가 하는 문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순회교사들은 소속학교에서 담임배정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소속감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교사들이 순회지도를 기피,교육청으로서는 본인 희망과 관계없이 임의로 발령낼 수밖에 없는 형편.
실제로 올해의 경우 고교 순회교사 20명 가운데 희망교사는 2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18명은 강제발령받았다.
『순회교사로 발령받은 대부분의 교사들이 드러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초기에는 「왜 하필 나인가」라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고,이것은 결국 책임감과 의무감 소홀로 이어집니다.』 지난해 순회교사로 발령받아 Y여고와 D고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있는 孫모(32)교사의 말이다.
이때문에 지난해에는 16명의 고교 순회교사중 2명이『힘들어서못하겠다』며 순회지도를 중도 포기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순회교사들이 말하는 고충은 한두가지가 아니다.우선 담당하는 두 학교 어느 곳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학교에 무관심하다 보니 동료교사들의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등 인간적인 유대감 형성이 어려워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기대 하기 어렵다. 아직 인식이 덜된 탓에 학생들은 물론 동료교사들도 순회교사를 마치 강사 정도로 취급하는 경우가 있는 것도 참기 어려운 것중의 하나.
교육의 질 측면에서도 문제가 없지 않다.
미술담당인 金모(40.여)교사는 『두 학교를 왔다갔다 하다 보니 학생들을 자주 접할 수 없어 학생들 개개인에 대한 파악이쉽지 않고,그러다 보니 사제(師弟)간의 정을 나누는 것은 물론인간적인 지도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 다.
교사들은 순회교사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희망자를 순회교사로뽑아야 하고,그것이 가능하려면▲2년 근무뒤 희망학교 우선배정을제도적으로 보장하고▲주당 14시간으로 돼있는 수업시간 외에는 자기계발과 재교육을 위해 시간을 활용할수 있도 록 하며▲특별수당을 지급하는등의 유인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金南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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