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對이란 무기밀매 파문-프랑스版 이란게이트 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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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프랑스 시사주간지 렉스프레스가 폭로한 프랑스의 對이란 미사일우회수출설이 국제적인 파문을 일으키며 프랑스版「이란게이트」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렉스프레스 최신호(3월23일자)는 에두아르 발라뒤르 정부가 지난해 10월 알제리와 키프로스를 경유해 공대지(空對地)미사일을 무기금수조치가 내려져 있는 이란에 극비 공급했다고 보도했다.이란 前총리 암살혐의로 체포된 이란인테러범 3명에 대한 재판을 앞두고 예상되는 이란의 보복테러를 우려,이란정부 무마용으로 무기를 제공했다는 것이 이 잡지의 분석이다. 지난 91년 파리근교 은신처에서 암살된 샤푸르 바크티아르 前총리 암살범에 대한 재판을 불과 3주 앞둔 미묘한 시기에 對이란 무기공급이 이루어졌다는 점에 이 잡지는 주목하고 있다.당시 테헤란에서는 암살범에 대한 프랑스의 재판회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항의시위가 매일 열리는등 對프랑스 보복 분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었다.한마디로 이란에 의한 테러를 우려한 프랑스 정부가 비밀거래를 먼저 제의하고 나섰을 가능성이 짙다는 것이다. 곤경에 처한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는 아에로스페시알社가 제작한 6基의 공대지 MM-40 미사일을 키프로스에 수출한 사실은 있지만 제3국으로 재수출된 일은 절대 없다며 보도를 부인하고 나섰다.샤를 파스카 내무장관도 對이란 미사일 수 출설은 전적인 왜곡보도라면서 이 잡지를 제소할 방침이라고 밝히는등 파문축소에 급급하고 있다.이번 사건이 사실로 드러날경우 프랑스는 또다시 심각한 국제적 비난에 직면할 전망이다.렉스프레스가 폭로한 對이란 미사일 수출시기가 이란을 가상 적(假想敵)으로 삼고있는 아랍에미리트와 무기판매를 대가로 양국간 안보조약을 체결한시기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프랑스판 이란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 사건은 프랑스 對중동 정책의 2중성을 만천하에 드러내면서 대통령 후보로 나선 발라뒤르총리에게 회복할 수 없는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파리=高大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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