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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누드사진 파문 … 16세 미성년자 사진도 나돌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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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해 홍콩의 한 사교모임에 참석한 에디슨 찬<右>과 그의 여자친구인 빈시 양. 빈시 양이 찬과 함께 음란 사진을 찍은 2004년 당시 양의 나이가 16세에 불과해 새로운 논란이 되고 있다. [홍콩빈과일보 제공]

홍콩 연예인 누드 사진 유출 사건의 파장이 갈수록 확산돼 연예인이 아닌 미성년 여성 피해자까지 발생했다. 홍콩 경찰은 수사를 확대하고, 문제의 사진을 찍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 홍콩 배우 겸 가수 에디슨 찬(陳冠希·28)을 즉각 구속해야 한다는 여론도 비등하고 있다. 반면 경찰의 사진 유출 수사가 인터넷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맞서면서 이번 사건은 인터넷 자유와 책임 논쟁으로 확산됐다.

◇새로운 사진 유포=경찰은 지금까지 이번 사건과 관련해 7명의 용의자를 검거했다. 그러나 경찰을 비웃듯 익명의 한 네티즌이 9일 새벽 221장의 새로운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다. 지난달 27일 이후 모두 465장의 각기 다른 누드 및 음란 사진이 공개된 것이다. 이번에 새로 유포된 것 가운데는 이미 유포된 6명의 연예인 외에 찬의 현재 여자친구인 빈시 양(楊永晴·20)의 누드 사진 3장도 포함돼 있다. 이에 따라 여성 피해자는 7명으로 늘었다.

사진은 대부분 찬의 집에서 찍혔으며, 장소도 침실 이외에 거실과 욕실 등 다양했다. 경찰 조사 결과 양은 미성년자인 16세 때인 2004년 사진을 찍었다. 양은 연예인이 아니며 홍콩의 한 부동산 재벌의 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양에 대한 사진 촬영은 미성년자 음란물 방지법에 위반된다며 사진 촬영자와 유포자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할 예정이다. 위반자는 최고 징역 5년형을 받을 수 있다.

◇피해자 첫 대응=158장의 사진이 공개돼 가장 큰 피해를 본 홍콩 여성가수 그룹 ‘트윈스’의 멤버 질리안 청(鐘欣桐)은 11일 오후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혔다. 청은 피해 사실을 분명히 공개하고, 사건 용의자들에게 사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지난해 10월 아디다스와 맺은 홍콩에이전트 및 모델 계약이 파기될 위기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홍콩 디즈니랜드가 홍보 차원에서 그와 찍었던 광고도 모두 인터넷에서 사라졌다. 청은 홍콩의 한 병원에 입원해 있다. 다른 피해 연예인들도 대부분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찬의 여자친구인 양도 사진 공개 직후 찬과 한동안 말싸움을 했으며 종일 사람을 피한 채 울고 있다고 찬의 소속 연예기획사 간부가 밝혔다.

◇인터넷 자유 논쟁=홍콩의 네티즌 100여 명은 10일 오후 홍콩 시내를 돌며 연예인 누드 사진 유출에 대한 경찰 수사에 항의하는 가두시위를 벌였다. 시위 참석자들은 또 “언론이 시민의 알 권리를 위해 사진을 게재한다면 네티즌도 네티즌의 알 권리를 위해 사진을 올리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를 주도한 ‘셰(邪)’라는 네티즌은 “인터넷 자유를 억압하는 수사”라며 “우리에게 동조해 회원 등록을 한 네티즌만 1000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반면 찬을 즉각 구속해야 한다는 네티즌 동호회도 생겨났다. 페이스북(facebook)이라는 친구 교제 사이트에는 경찰의 찬 체포를 요구하는 팀이 구성됐는데, 회원이 1700명을 넘어섰다. 이 팀을 만든 ‘크리스 찬’이란 네티즌은 “사건 직후 캐나다로 도피한 찬을 즉각 잡아와 개인의 사생활을 침범한 죄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캐나다 국적인 찬은 지난달 말 사건이 발생하자 캐나다를 거쳐 현재 미국 보스턴으로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은 찬이 피해자들의 동의 아래 사진을 찍었다면 그를 처벌할 근거가 없으며 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한 사람들만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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