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담배 끊자’ 결심했다면 … □□□로 가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하루에 담배 두 갑을 피운 골초 한중호씨가 관악구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았다. 전국 251개 보건소에는 금연클리닉이 모두 설치돼 있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사진은 금연상담사가 한씨의 혈압을 재는 모습. [사진=강정현 기자]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는 한중호(31·서울 관악구 봉천8동)씨는 하루 두 갑을 피우는 골초였다. 그런 그가 지난해 12월 금연을 시작했다. 아내 김수연(29)씨가 첫 아이를 임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씨의 ‘금연 도전 1라운드’는 실패로 끝났다. 한씨는 “아내와 아이를 위해 금연을 결심했지만 연말 술자리가 이어지면서 담배에 손이 갔다”고 멋쩍어했다.

새해 들어 한씨가 ‘금연 2라운드’를 위해 찾은 곳은 관악구보건소. 지난해 금연에 성공한 한 직원이 “보건소 금연 프로그램이 잘 짜여 있고 일반 병원에선 20~30만원 정도 드는 비용도 무료”라고 추천해서다. 한씨는 보건소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 그 결과 설 연휴가 끝난 지금까지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다.

전국 251개 보건소가 ‘금연 성공센터’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보건소 금연클리닉 이용자 수만 27만6427명. 금연 성공률은 46%에 이른다.

◇보건소로 가라=한씨가 관악구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찾은 것은 지난달 8일. 보건소 4층에 마련된 클리닉에 들어서자 전문 금연상담사 네 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상담사는 한씨에게 흡연 경력을 물은 뒤 음주 측정기처럼 생긴 ‘폐 일산화탄소(CO) 농도 측정기’를 내밀었다. 한씨가 측정기를 입에 물고 힘껏 불자 ‘13’이라는 숫자가 찍혔다. 0~5까지는 금연자, 5~10까지는 약한 흡연 또는 간접흡연자, 10 이상은 흡연자를 가리킨다. 한씨는 이어 금연클리닉 등록카드를 작성했다. 직업과 최초 흡연 연령, 금연 도전 경력 등을 시시콜콜 적게 돼 있다. 니코틴 의존도(0~3점 낮음, 4~6점 다소 높음, 6~10점 매우 높음)도 개인별로 알려준다.

한씨는 이곳에서 니코틴이 들어있는 금연보조제를 받았다. 담배 10~30개비 분량의 니코틴이 함유돼 있는 팔 부착용 패치와 껌, 사탕 등이다. 흡연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 아로마 향이 들어있는 담배 모양의 파이프도 지급됐다.

‘금연 수첩’도 흡연자에게 주는 선물이다. 첫 장에 ‘나의 선택: 금연 서약서’를 작성하고 매일 자신의 금연일지를 기록하는 일종의 다이어리다. ‘금연이 위협받은 상황에 대해 적어놓기’에 한씨는 사업을 하다 받는 스트레스와 술자리, 화장실 등을 기록했다.

상담사는 한씨에게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마음먹은 동기가 명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씨는 아내 배 속 아이의 초음파 사진을 지갑에 넣고 다니며 흡연 욕구가 생길 때마다 보고 있다.

관악구보건소 김진미 상담사는 “금연하려는 사람들은 자신의 의지를 과신하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금연보조제를 사용할 경우 성공률이 5배가량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술자리 등 흡연 욕구가 강해지는 자리는 참석해서 이겨내겠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금 돌려받는 기분”=보건소 금연클리닉의 흡연자 관리는 한 차례로 끝나지 않는다. 등록카드를 작성한 금연 도전자들은 6주 동안 매주 보건소를 찾아야 한다. 보건소 상담사가 방문 하루 전에 꼬박꼬박 전화를 건다.

6주가 지나면 6개월까지, 한 달에 한 번씩 전화상담을 받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6개월을 담배없이 넘기면 ‘금연 성공’으로 분류된다.

보건소에선 병원 수준의 처방을 받을 수 있다. 혈압이 높은 흡연자에게는 협압을 높이는 니코틴 함유 보조제 대신 금단 증세를 막는 별도의 약품이 제공된다. 약품 처방이 힘든 임신부에게는 스트레칭과 심호흡 등 ‘행동 요법’을 가르쳐 주고 구강청결제와 비타민C 등이 주어진다. 보건소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인 ‘금연 길라잡이’ (www.nosmokeguide.or.kr)에 가입해도 금연 노하우와 자가진단 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금연 6주차에 접어들고 있는 한씨는 “보건소 금연클리닉을 이용해 보니 꼬박꼬박 내온 세금을 돌려받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조기 사망에 따른 손실과 진료비 등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8조9000여억원(2005년 기준)가량”이라며 "금연클리닉은 이런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글=강인식 기자 , 사진=강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