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개혁에바란다>6.끝 高校교육부터 다양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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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 나라의 부(富)를 형성하는 것은 무엇보다 그 나라의 우수한 인간의 수라는 것을 이제 세계는 이해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1906년 스탠퍼드대학 강연에서 한 말이다.거의 한세기가 지난 20세기말에 이 말의 의미는 더욱 더 절실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수많은 개혁으로 점철된 우리 교육은 아직도 방황을 계속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교육의 현주소는 교육관련 집단과 정책들이 무질서하게 엉켜 자아낸 역사적 산물이다.
정권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경제적 효율성 위주로 추진해온 교육팽창정책,획일성과 통제로 일관해온 행정당국의 집행스타일,「비민주적 시민」「창의성 없는 인간」을 기를지라도 대학입시의 「횡포」에 순응해 온 중등학교들,자식의 대학입학만이 최 대의 교육인양 생각하는 학부모들-.
이렇게 교육당국.학교.학부모들의 합작품이었다.이 과정의 가장큰 희생자는 학생들이며 동시에 우리사회 모두였다.
우리 교육의 문제가 심각한만큼 새로 발표될 교육개혁안이 지성과 인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교육철학과 정책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지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교육문제의 주범이 대학입시라는 확신을 갖고있다. 대학입시와 중등교육은 「폭군과 신하」의 관계처럼 일방적이었다.중등학교 교육과정은 대학입시의 희생양이었다.
이제까지 주된 사고방식은 대학입시 제도를 바꿈으로써 중등학교의 정상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마치 대학입시 제도만 바뀌면 교육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생각해왔다.
그러나 중등학교의 정상화를 통해 대학입시의 변화를 꾀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대학의 선발 방법 다양화는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다양화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그러므로 대학입시 제도를 바꾸어 중등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기에 앞서 중등 학교 교육의정상화를 강력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
중등교육 정상화의 핵심은 다양화에 있다.다종.다양한 개개인의차이가 교육기관과 프로그램의 다양화와 연결돼야 한다.재능과 적성의 계발은 학교의 자율화에 기초한 학교 프로그램의 다양한 개발을 통해서만 가능하다.중등학교덜이 독특한 교육 철학.교육방법등을 자율적으로 채택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인문계 학교가 지금까지의 대학입시위주 교육에서 벗어나려면 현재의 특수목적고와 같이 특수성과 자율성을 살릴때 중등교육의 다양화가 가능해진다.각학교는 중등교육이라는 교육체제에서 독자적 공헌을 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겨야 한다 .
중등교육의 전반적 문제와 맞물려 있는 것이 고교 평준화 문제다.평준화제도는 궁극적으로 해제되어야 한다.
부족한 재정문제를 극복하고 다양화된 교육의 길로 나갈수 있는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으로 재정 자립이 가능한 사립고를 우선적으로 자율화시켜 학교간 경쟁을 부작용없이 이끌어가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학생선발권,등록금 책정에 관한 현행 중등사학 규제의 과감한 철폐를 전제로 한다.이러한 경쟁체제는 학교간 차별성과 특화를 촉진할 것이다.
중등교육 개혁은 전반적인 교육철학의 방향과 떼어서 고려될수 없다. 교육개혁의 원칙은 수월성과 동시에 평등성간의 조화다.수월성은 예술.과학.정치.교육.산업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추구를 의미한다.
그러나 과학.고도의 기술이 진보된 현대사회를 운영해 가려면 단지 높은 교육을 받은 엘리트만으로는 부족하다.기술적인 유능성외에도 세계가 직면한 제문제에 대한 심층적 판단력과 넓은 이해,광범한 정보기초능력이 있는 다수의 인간을 필요로 한다.따라서평등성은 개개인의 다양한 재능을 계발해 사회 전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과 밀접히 연계되어있다.이런 의미에서 엘리트 교육과 대중교육은 상호 대립적 개념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좋은 사회란 개인간의 차이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고 개인간의 차이를 배려하는 사회를 말한다.
따라서 수월성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모든 사람을 교육하고 각자능력의 한도까지 도달시키는 제도를 세우기 위한 교육개혁이 돼야한다.

<강양원 本紙교육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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