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사진 200여 장 또 유출 … 홍콩 연예계 파문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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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한국 영화 ‘파이란’에 출연한 장바이즈. 그는 이 영화에서 삼류 건달 이강재(최민식 분)와 위장 결혼한 중국 여성 파이란 역으로 열연했다. [중앙포토]

 홍콩의 유명 연예인 누드 사진이 인터넷에 유출된 사고의 파문이 커지고 있다. 경찰이 사진을 빼돌린 용의자를 검거했는데도 이미 유출된 사진이 걷잡을 수 없이 유포되고 있어서다.

◇찬의 플레이보이 행각이 발단=지난달 27일 홍콩 유명 배우 겸 가수인 에디슨 찬(陳冠希·28)이 홍콩 여성 가수인 ‘트윈스’ 멤버 질리안 청(鐘欣桐)과 침대 위에서 찍은 누드 사진이 인터넷에서 유포되기 시작했다. 다음날에는 찬이 미녀 배우 장바이즈(張柏芝·홍콩명 세실리아 청)와 함께 찍은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을 담은 사진이 인터넷에 올랐다. 사진이 올라온 홍콩의 일부 인터넷 사이트는 접속이 중단될 정도로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네티즌들은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사진을 e-메일로 전송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일부 사진이 미국과 대만에까지 유출됐다.

찬은 영화 ‘무간도(無間道)’와 ‘이니셜 D’ 등에 출연했으며, 사진 찍기가 취미다. 그동안 홍콩 가요계의 톱스타인 조이 융(容祖兒), 가수 겸 배우 보보 찬(陳文媛), 매기 큐, 레인 리(李彩華), 조린 차이(蔡依林), 션 웨(余文樂) 등 연예인과 모델 수십 명과 염문을 뿌리는 등 홍콩 연예계의 대표적인 플레이보이로 알려져 있다. 평소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로 ‘섹스’를 꼽을 정도로 자유분방한 연애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컴퓨터 수리공이 빼돌려=지난달 28일 질리안 청이 소속된 연예기획사는 사건 수사를 의뢰했고 홍콩 경찰은 19명의 컴퓨터 전문인력을 동원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30일에는 이들 외에 가수 겸 배우 보보 찬 등 다른 연예인 4명의 누드 사진 수십 장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사태는 악화됐다.

경찰은 31일 사진을 처음 다른 사람에게 유출시킨 29세의 컴퓨터 수리공을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용의자는 2006년 찬이 맡긴 고장 난 노트북을 수리하던 중 노트북에 보관돼 있던 수백 장의 누드 및 음란 사진을 몰래 내려받아 이를 지인들에게 유포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또 2일 문제의 사진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남자 4명과 여성 2명 등 6명의 용의자를 추가로 검거했다. 이 중 23세의 한 컴퓨터 전문가는 1300여 장의 음란 사진을 자신의 컴퓨터에 보관하고 있었다. 이 중에는 찬과 여성 연예인 6명이 각각 찍은 누드 사진도 포함돼 있었다. 경찰은 이 용의자가 연예인 누드 사진을 처음으로 인터넷에 유출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홍콩법은 타인의 컴퓨터 자료를 무단 복제해 이를 인터넷에 유포할 경우 최고 5년형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성 연예인들 피해 커져=홍콩 경찰청 옹푹 추안 부국장은 “현재까지 확인된 여성 연예인 피해자는 모두 6명이며 이 중 4명은 일반인들이 알아 볼 수 있는 유명 인사다. 사진 모두가 매우 외설적이다. 찬 이외에 또 다른 남성이 사진에 등장하는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해 여성 연예인에 대해 참고인 조사는 하되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법정에서의 증언은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찬은 사건 직후 관련 여성 연예인들에게 공개 사과를 하며 “사진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피해자 인권을 생각해 인터넷 유포를 중지하고 사진을 폐기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사진 유출 용의자들이 체포된 이후에도 최근 200여 장의 새로운 사진이 인터넷에 유출됐다. 이 중 일부 사진은 이미 미국과 대만·한국 등으로 퍼졌다. 이에 따라 관련 여성 연예인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2006년 배우 니컬러스 체(謝霆鋒)와 결혼해 지난해 아이를 출산한 장바이즈는 연예계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 배우 보보 찬은 사건 직후 남자 친구로부터 결별 통보를 받았다. 질리안 청은 두 차례나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사진에 등장한 모든 연예인은 공개 행사를 모두 취소했으며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장바이즈(張柏芝·28)=한국 영화 ‘파이란’(2001년)에서 삼류 건달과 위장 결혼한 중국 여인으로 열연해 호평을 받은 홍콩 여배우. ‘무극’ ‘잊을 수 없어’ ‘멸종된 남자’ ‘희극의 왕’ ‘십이야’ 등 2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출연한 영화마다 맡은 제각기 다른 배역을 잘 소화해 팔색조 연기자로 통한다. 또 청순한 미모로 ‘제2의 장만위(張曼玉)’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홍콩 배우 겸 가수 니컬러스 체와 결혼해 지난해 8월 첫 아들을 낳은 뒤 바로 연예계에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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