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ye] 마이크로소프트의 충격적 자기고백?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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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 30면

랭킹 2위와 3위 업체가 합쳐 선두업체를 따라잡으려는 시도는 산업계에서 가끔 있는 일이다. 그러나 혁신을 먹고사는 하이테크 산업, 더구나 그 요람인 실리콘 밸리에서 이것이 가능할까.

실리콘 밸리만큼 조지프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가 극적으로 전개되는 곳은 없다. 창의적 두뇌들이 저마다 ‘미래의 큰 한방(the next big thing)’을 꿈꾸며 기존의 것을 부단히 뒤집어엎는다. 1위 아니면 의미가 없고, 기존의 비즈니스 개념 자체를 갈아치우는 신생 창업(start-ups) 두뇌들의 도전 앞에 그 1위마저 오래 버티지 못한다. 인수합병으로 몸집과 시장 점유율을 불리기보다 기존의 판을 바닥에서 갈아엎는 기술 혁신만이 생존을 보장받는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야후 인수 제의는 이런 실리콘 밸리적 질서에 대한 일종의 반역이다. MS는 PC 운용 시스템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지존(至尊)이다. 지금도 윈도와 오피스로 엄청난 돈을 벌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세계가 PC에서 인터넷으로 무게중심이 급속히 옮아가고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MS가 어느새 3위 업체로 전락하고 있다. 인터넷 검색시장 점유율(닐슨 온라인 조사)은 2007년 말 현재 구글이 56%, 야후가 18%, MS의 온라인 서비스 MSN이 14%다. 온라인 광고 수입은 구글이 117억, 야후가 51억, MS는 28억 달러에 불과하다.

온라인 광고시장은 1~2년 내 연간 800억 달러 규모로 불어날 전망이다. 더구나 미래의 컴퓨팅은 MS가 지배하는 데스크톱 시장과 반드시 연계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럼에도 MS는 데스크톱 소프트웨어 독점에 안주하며 인터넷 검색시장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MS의 주요 5개 사업부문 가운데 온라인 사업부문만 유독 적자다. 굼뜨고 오만하고 관료적 체질로 시장의 변화에 소홀했던 옛 IBM에 비유되기도 한다.

한때 전 세계 넘버 원 인터넷 업체였던 야후 역시 새 로운 돌파구가 절실한 처지에 있다. 지난 몇 해 동안 매출과 이윤이 줄곧 줄어들어 지난해 6월에는 공동 창업자의 한 사람이었던 제리 양을 최고경영자로 복귀시켜 구조조정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검색시장에서 구글에 한참 뒤지는 2위인 데다 소셜 네트워킹 웹사이트 선두주자 페이스북(Facebook)에 맞설 수 있는 기회도 놓쳤다.

MS는 야후와 합칠 경우 인터넷 검색 및 온라인 광고시장이 보다 경쟁적이 되고 광고 플랫폼 확충 등 새로운 혁신으로 이끌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구글은 MS가 PC 세계에서 누려온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자유접근과 공개성이 생명인 인터넷 세계에서마저 또 다른 독점을 획책한다고 반박한다.

MS-야후 빅딜이 성사된다 해도 유통업계의 시어즈-K마트 합병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시어즈는 월마트에 맞서기 위해 K마트를 지난해 4월 전략적으로 인수했다. 매장 수는 3위가 됐지만 시어즈도, K마트도 월마트의 효율성을 따라잡지 못했다. 백화점 사업이 어정쩡해지고, 할인점의 특장도 못 살려 주가는 합병 당시 195달러에서 104달러로 반 토막 났다. 최고경영자 경질과 함께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지난 가을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취업설명회 때 구글과 페이스북 쪽이 북새통을 이룬 반면 MS와 야후 테이블은 한가했다고 한다. 젊은 창업 두뇌들은 어제보다 내일의 기술에 승부를 건다. MS의 야후 인수 제의는 소프트제국 MS의 전성기가 다했다는 충격적 자기고백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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