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하기좋은 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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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잠꾸러기 없는 나라,우리 나라 좋은 나라….』어릴 적에 부르던 이 동요의 상쾌한 메시지는 어른이 되고서도 거부할 수가 없다.그 속에 아침에는 일찍 일어 나야 한다는 알찬 하루 생활을 위한 맑은 권고가 들어 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지난번 유럽 순방에서 이 동요와 평행하는 문구를 하나 착상해서 귀국했다.「기업하기 좋은 나라!」 이 문구는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이 연장될 것이다.기업하기 좋은나라,우리 나라 좋은 나라.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지 못할 것이면 세계화란 구호는 처음부터 허사(虛辭)다.세계화는 우선 다른 선진국과 경제적 능력에서 어금버금하는 수준에 나아가 놓고야 달성될 수 있다.경제적능력을 담당하고 있는 생명 단위는 기업이다.
박정희(朴正熙)대통령 시절에는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구호가 온 국민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이런 매력적인 구호를 가질 수 있는 국민은 의욕적인 고비를 산다.세계화라는 구호도 일단 의욕적이다.그러나 이것을 실현해 낼 수 있는 갈피를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려면 정치와 행정이 정신을 바꿔야 한다.우리 나라에는 아직도 위에는 사(士)가 있고,그 밑에 농공상(農工商)이 깔려있다는 인식이 그대로 있다.이런 구태의연한 이데올로기를 보존하는 집단은 士집단,즉 정치와 행 정에 종사하는 집단이다.士는 스스로를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역할을 맡은 집단으로 자임한다.정의와 평등을 내세워 필요할 때마다 기업의 경제활동이 불의와 불평등을 낳는 악(惡)이라고 뒤집어씌우기 일쑤다. 기업을 규제하는 법과 행정행위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동안 강조돼 오고 있는 규제철폐 내지 규제완화의 정신이다.한마디로 말해 규제가 없으면 없을수록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된다.만일 꼭 필요한 규제가 있다면 그것은 기업을 더욱 잘하게 하기 위한 공정한 경쟁의 규칙 정도일 것이다.金대통령은 지방선거는 살림꾼을 뽑는 것이라고 또다른 하나의 정의를 내렸다.정치는지방 뿐만 아니라 중앙에서도 우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놓는데 그 존재의 첫째 멈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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