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어느 연예인의 가슴 성형

중앙일보

입력

오랜만에 만난 동료 성형외과 의사 친구는 풀이 죽어 있다.
‘겨울 방학때 많이 바빴어?’

겨울방학때 강남쪽에는 성형수술 대기수요가 많아 날짜를 빨리 잡으려고 빽까지 쓴다는 기사를 본적도 있어 물어 보았다.
그래도 강남쪽에서 가슴수술로 지명도가 있는 동료였다.

‘요즘 우울해!’
얼굴 표정에 써있다.
어떤 연기자의 가슴수술을 해주었는데 결과가 않좋아서 많이 시달렸다는 얘기이다.

사실 연예인들만큼 성형수술이 은밀하게 진행되는 경우도 드물다.
네티즌들 사이에 고등학교시절 사진과 화면에 비치는 현재 모습을 비교해주는 사이트는 부지기수이다. 또 나름대로 성형수술부위를 나열하고 그 결과까지 평가하는 댓글까지 달고 있는 실정이다.

수술받은 당사자의 반응은 제 각각이다.
떳떳하게 자신이 성형수술 받은 부위를 공개하고 심지어는 수술받은 병원까지 공공연히 밝혀서 해당병원에 뜻하지 않은 대박을 안겨주기도 한다.
반대로 누가보아도 분명히 달라진 모습인데 끝까지 부인하는 경우가 더 많다.
수술을 직접 집도한 의사는 ‘환자의 비빌보호’라는 의료법에 묶여 당연히 모르쇠로 일관해야한다.

사실 성형외과를 찾는 일반인들 역시 연예인의 사진을 많이 가지고 온다.
마음에 드는 사람의 사진을 잡지나 인터넷등에서 얻어 출력한 후 이런 모습으로 해달라고 요구한다. 또 갖가지 방향의 포즈를 모아와서 요구도 아주 까다롭고 구체적이다.

수술하는 의사입장에서는 연예인 사진을 가지고 오는 사람에 대해 긴장한다.
수술후의 결과에 불만을 제기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고통스런 수술시간과 회복기간만 지나고 나면 자신은 사진속의 연예인과 비슷하게 될것이라는 지나친 기대감이 실망의 첫째요인이다.
또 자신이 해당 연예인과 아주 유사한 외모를 가졌다고 판단하고 골라왔기 때문에 상대방연예인의 세세한 면까지 닮도록 해달라는 실현 불가능한 주문 때문이다.
즉 무늬만 닮은것이 아니라 색깔까지도 닮도록 해달라는 요구이다.

사실 연예인과 그 지망생들을 많이 수술해보면서 느끼는 것은 이들이 훌륭한 신체적 조건을 가진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연기보다 외모로 빛을 보는 꽃미남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늘씬한 키와 수려한 외모, 뚜렷한 이목구비는 기본이고 이중 부족한 어느 한부분만 보완해주면 말그대로 완벽한 외모를 가질수 있다.

오히려 그런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연예가쪽에 관심을 갖는 다는 표현이 맞을 수도 있다.
일반인들이 여러곳을 손대서 연예인처럼 변신하려는 것과는 구분되는 면이다.
아뭏튼 화면발을 잘 받는 연예인 치고 여러곳을 손댄 경우는 드물다.

가슴수술의 경우 본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수술 사실이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가슴확대 수술중 겨드랑이 절개선을 통해 보형물을 넣는 방법이 있다.
이 절개선이 수영장 신의 화보나 화면에서 고성능카메라에 의해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본다.

어쨌든 자신이 수술해준 연기자는 빈약한 가슴외에는 완벽했다고 한다.
사실 가슴수술은 수술내용보다도 수술후의 관리가 더 중요하다.
사각턱수술이나 광대뼈축소 수술같은 안면윤곽 수술의 경우 부기만 빠지면 담당의사는 말그대로 발뻗고 편하게 잘수 있다.

그러나 가슴수술의 경우는 다르다.
수술후 양측 가슴의 전체적인 균형, 유두의 위치, 유방하단의 위치, 보형물의 위치등을 수시로 점검하고 필요하면 수술 직후라도 간단한 외부조작으로 교정할수도 있다.
촉감이 단단해지는 것을 막기위해 정기적인 마사지는 필수적이다.
또 마사지할때도 유방하단 혹은 유륜둘레에 절개선이 있다면 이 부위에 압박이 가지않도록 해주어야만 상처부위가 넓어지지 않는다.
또 절개선 흉이 튀어 오르지 않는지, 지나치게 안쪽 혹은 밖으로 가슴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지 등 점검사항이 많아 성형외과 의사들사이에 가슴수술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넓게 형성돼 있다.

이 연기자의 경우, 문제는 수술후 얼굴을 볼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스케줄로 바빠서 마사지는 커녕 상태점검도 어렵다고 했다.
가끔 화면에서나 볼뿐 어떤 연락도 되지않는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결과가 좋으니까 연락이 없겠지’ 하는 기대는 수술 후 일년여가 지나면서 무너졌다.
화가 잔뜩나서 찾아온 것이다.
수영장 장면을 찍다가 스탭들로부터 가슴이 어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것이다.

‘스탭들이 내 가슴을 보더니 다 기형이래요’
‘너무 가운데가 벌어지고 느낌이 인공적이어서 전혀 화면발이 않받는데요’

‘저는 처음부터 가운데로 모아지는 풍만한 가슴을 원했잖아요?’

수술한 의사로서는 가슴이 철렁한 부분이다.
더 나아가 ‘자신은 몸하나로 먹고사는 사람’ 인데 요번 배역을 놓친것은 전적으로 자신을 수술한 의사의 잘못임을 강조한다.
또 내일부터는 매니저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관계자가 줄줄이 항의차 올것이라고 한다.
물론 신사적인 대화를 하러 오는것은 당연히 아닐것이다.

‘왜그렇게 연락이 되지 않았느냐’는 말은 ‘바빴다’라는 말로 쉽게 뭉개진다.
30여분 정도의 재수술로 쉽게 교정이 될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하지만, 더 이상 이곳에서는 수술을 받지 못할 뿐아니라 놓쳐버린 배역과 재수술후 한동안 일을 못하는 부분까지 보상해달라고 한다.

얼굴이 꺼칠해진 것이 많이도 고민한 듯하다.

‘아니 그러면 소송으로 가지 그랬어?’
누구 연예인 가슴수술부작용으로 소송중이라는 가십성 언론보도는 피하고 싶었다고 한다.

위로하면서 소주를 한잔 털어 넣는다.
허름한 곱창집에서 시선은 자연스레 화면속의 연기자 가슴으로 향한다.

‘야!, 저 사람들 한쪽 가슴이 얼마짜리인지 알아?’
‘글쎄...’

‘너는 그래도 남들이 누구나 보고 싶어하는 유명 연예인 가슴을 실컷 봤잖아..’.

비싼 수업료를 치른 동료는 앞으로는 쉽게 가슴수술을 할것 같지는 않았다.

조인스닷컴(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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