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오바마” 부인은 “힐러리” 가정 불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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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간 대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둘 중 누구를 지지하는지를 놓고 가족끼리 다투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 4일자는 케네디 가문과 제시 잭슨 목사 가족 등 전통적인 민주당 명문가 내에서 부부와 형제·자매 간, 부모·자식 간에 지지 후보에 대한 의견이 엇갈려 가정불화를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케네디 가문만 해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 막내 동생인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은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또 다른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 전 법무장관의 부인 에델도 오바마를 적극 민다. 그러나 어머니와 달리 케네디 전 장관의 세 자녀는 모두 힐러리 지원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편 케네디가의 일원이자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부인인 마리아 슈라이버는 공화당원인 남편이 존 매케인 후보를 지지함에도 불구하고 3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오바마의 지원 유세에 참석했다. 당황한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30년간 케네디가를 지켜봤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잭슨 목사 가족의 경우 잭슨 목사는 오바마, 부인 재클린은 힐러리 지지로 입장이 갈리는 데다 아들들도 지지 후보가 제각각이다.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 가족도 본인은 힐러리, 아들 제임스는 오바마를 지지한다. 찰스 랭글 하원의원과 부인 앨머도 각각 힐러리와 오바마로 지지 후보가 엇갈렸다.

이 신문은 집집마다 어느 캠프에 기부금을 낼지, 집 마당에 누구의 포스터를 세울지 등 세세한 사항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으며 때론 갈등이 심각한 수준까지 번진다고 전했다. 열렬한 오바마 지지자인 샤지아 칸(변호사)은 최근 아르헨티나에 갔다 민주당 토론회를 보던 도중 힐러리 지지자인 남편과 격렬한 말다툼을 벌여 호텔 직원에게 주의를 받은 경우다. 자매 하원의원인 로레타와 린다 산체스도 언니인 로레타가 “온 가족이 힐러리를 지원한다”고 말했다가 이를 들은 동생 린다가 “언니의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 사이가 틀어졌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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