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비서실에 발 묶인 MB맨들 ‘총선 금족령’ 풀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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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을 방문한 코리아 소사이어티(Korea Society) 리비어 회장(왼쪽에서 둘째) 일행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맨 왼쪽은 아태연구소 칼린 연구원. [사진=강정현 기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이동관 대변인은 3일 정례 브리핑에서 “사실상 인수위 활동은 90%가 끝났다”며 “설을 전후해 우선 총선에 출마할 이들은 현장에 나가 뛰도록 배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인수위와 당선인 비서실 소속으로 총선 출마를 희망해온 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지난해 12월 11일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경쟁자들은 지역을 누비고 있는데 자신들은 인수위와 비서실에 발이 묶여 냉가슴만 앓아왔기 때문이다.

물론 수도권 출마 희망자들 중엔 낮에는 주어진 업무를 하고 밤에는 지역을 누비는 ‘투잡스(two-jobs)족’도 등장했었다. 하지만 그나마도 이명박 당선인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서 길이 막혀버렸다. 이 당선인은 지난달 27일 비서실 회의 때 출마를 희망하는 일부 참모가 지각을 하자 “젊은 사람들이 자기 살길만 찾고 일은 안 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인수위와 비서실에선 ‘총선’이라는 두 글자는 금기어가 됐다. 한 인수위 자문위원은 “출마 준비를 몰래 하면서 도둑질이라도 하는 심정이었다”고 털어놨다.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비서실 일을 더 꼼꼼하게 하려다 보니 오후 11시나 돼야 퇴근을 했고, 그 이후에 새벽까지 지역 현안을 공부해야 해 그간 하루에 4~5시간 자기도 힘들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하지만 이동관 대변인을 통해 이 당선인이 금족령을 푼 만큼 이들도 이제 이중생활을 청산하게 됐다.

이로써 본격적으로 공천 전쟁에 몸을 던질 수 있게 된 인수위·비서실의 ‘MB(‘명박’의 영문 머리글자)맨’들은 20~30명이다. 이 중 맏형 격은 백성운 인수위 행정실장이다. 행정관료 출신으로 경선 때부터 이 당선인 캠프의 살림을 맡아온 백 실장은 현재 고양 일산갑에서 출마를 계획하고 있다. 서울시 홍보기획관 출신으로 ‘가신(家臣)’으로 분류되는 강승규 인수위 부대변인도 서울 마포갑에서 원내 진출을 노린다. 언론인 출신으로 인수위 기획조정분과위 전문위원인 김용태·김해진씨도 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용태씨는 서울 양천을에, 김해진씨는 부산 사하갑에 도전장을 냈다.

또 사회교육문화분과위의 김현일 자문위원은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에서 한나라당의 충청권 교두보 확보를 위해 뛰고 있다. 기획조정분과위의 김효재 자문위원도 서울 성북을을 지역구로 택해 선거 준비에 돌입했다. 경제2분과위 경윤호 자문위원도 경기 고양 덕양을에서 출마할 예정이다. 국회도서관장을 지낸 배용수 정무분과 자문위원도 서울 강서갑 공천을 신청했다. 이 밖에 ‘홍일점’ 인수위원이었던 진수희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도 최근 서울 성동갑에서 재선에 도전 중이다.

당선인 비서실에서는 우선 이른바 ‘하이 서울팀’의 맏형인 박영준 총괄팀장이 대구 중-남에서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당선인의 ‘젊은 책사’ 권택기 정무2팀장도 서울 광진갑에 깃발을 꽂았다. 경선 때부터 공보 업무를 맡아온 ‘쌍포’ 조해진·송태영 부대변인도 각각 경남 밀양-창녕과 충북 청주 흥덕을에서 등원을 시도한다. 또 이 당선인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원(GSI) 출신인 김영우 정책·기획부팀장도 경기 포천-연천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다. 

글=남궁욱·권호 기자 ,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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