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개혁 멈칫하자 외국 자본 빠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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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도쿄 증시는 한 달 새 10.5% 떨어졌다. 지난해에도 하반기부터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며 전년 대비 11%나 하락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동의 진앙지인 미국은 물론 주요 선진국 중 가장 큰 낙폭이었다. 그러자 도쿄 증시에선 ‘재팬 패싱(Japan Passing)’이란 말이 나돌기 시작했다. 외국 자본이 일본을 외면하고 건너 뛰어간다는 의미다.

사이토 아쓰시(齊藤惇·68·사진) 도쿄증권거래소 사장은 “일본의 개혁이 뒷걸음치고 있기 때문”이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사이토 사장과의 인터뷰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와 공동기획으로 이뤄졌다.

-일본의 도요타나 마쓰시타 등 주요 기업들은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도쿄 증시는 왜 떨어지나.

“먼저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의 구조개혁은 역류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있으면서도 재정 재건을 하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하는 법안들을 보면 돈을 쓰는 법안만 통과하고 돈을 안 쓰거나 줄이는 법안은 전혀 통과되지 않고 있다. 일본 총리도 한국의 이명박 당선인처럼 비즈니스 감각이 있는 이가 나와 ‘난 일본주식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되겠다’고 해야 주가가 다시 오를 텐데 과연 그런 기회가 있을지 걱정이다.”

-외국 자본을 적대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한 것 아닌가.

“부인 못한다. (일 기업의 손을 들어준) 법원의 판결은 뭐라 할 수 없지만 판결문의 문장을 그대로 번역하면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란 식으로 돼 있다. 그렇게 되면 ‘비싸게 사서 싸게 팔란 말이냐’란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미국 증시를 포함해 세계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나.

“미국의 호경기가 막을 내리는 역사적인 전환점이라고 본다. 1982년께부터 20년간 미국의 호경기는 빌 게이츠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산업의 힘이 컸지만, 그 약효도 다 떨어졌다. 여기에 서브프라임 같은 어처구니없는 관리 실수로 큰 타격을 입었다.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달러 가치가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보나.

“그렇다. 달러 가치는 미국의 경제 실력에 비해 너무 높게 평가돼 있었다. 엔은 달러당 100엔 전후까지 갈 것으로 본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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