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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말 ‘내각 엑소더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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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5일 물러났다. 김 부총리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대통령의 뜻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데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라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선정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갈등을 빚은 데 대한 책임을 진 것이다. 김 부총리는 로스쿨 예비인가 대학을 발표한 직후인 4일 저녁 청와대에 사의를 표했다. 청와대는 하루 뒤 김 부총리의 사표를 수리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를 채 20일도 안 남기고 장·차관들이 잇따라 사표를 내고 있다. 김 부총리는 청와대의 요청을 거절한 것이 이유지만 나머지는 대부분 총선 출마를 위해서다.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과 이용섭 건교부 장관, 이상수 노동부 장관 등 국무위원 3명도 최근 잇따라 사표를 냈다. 4월 총선 출마 예정자들로 공직자 사퇴 시한(9일)에 맞춘 것이다. 김영룡 국방부 차관, 한범석 행자부 제2차관, 이현재 중소기업청장도 같은 이유로 1일 또는 4일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달 들어 사퇴한 장·차관급 인사는 6명이다.

장관이 사퇴한 부서 공무원들은 일손을 놓은 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건설교통부 A국장은 “장관 사퇴를 예상하기는 했지만 막상 일이 벌어지고 나니 공무원들이 허탈해 하고 있다” 고 말했다.

김만복 국정원장도 대선 전날 비밀리에 평양을 방문해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면담한 기록을 외부에 유출한 데 책임을 지고 지난달 15일 사의를 표명했다. 김 원장의 사표는 아직 수리되지 않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수장 자리는 사실상 유고 상태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창원(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조직학회장은 “임기가 불과 20일밖에 남지 않았지만 고위 공직자의 무더기 사퇴는 국정의 표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말에 유독 공직 사퇴가 많은 것은 정권교체와 총선이 겹쳤기 때문이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10년 전 김영삼 정부에서 김대중 정부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외환위기라는 특수상황 극복에 매달리느라 정권교체기라는 걸 거의 실감하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충격파가 매우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총선 출마 계획이 있었다면 장·차관 직을 거절하거나 좀 더 일찍 사퇴해 국정 공백을 최소화해야 했다”고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공직자들을 비판했다.

박신홍·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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