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 문화의 열쇠, 장신구
북촌을 무심히 지나치는 것은 그곳에 숨어 있는 작고 진귀한 보물들에 눈감는 것과 마찬가지다. 북촌의 옛집들이 고요한 사색과 상념에 빠지게 한다면, 옛집들 사이사이로 난 골목길은 문화와 예술의 계곡이다. 그곳에 들어선 크고 작은 이색 박물관을 함께 탐사하는 작업에 당신들을 초대한다.
옷을 한층 더 세련되게 만드는 게 바로 장신구다. 밋밋한 옷에 장신구로 포인트만 주어도 옷의 매무새는 고급스럽고 새롭게 보인다. 장신구는 인류가 태어나서부터 함께 한 가장 오래된 인류의 동반자다. 문명의 흔적이 꽃 피웠던 곳에서는 어김없이 발견되는 것이 바로 장신구이 때문이다. 이미 4만여 년 전, 우리의 조상들의 장신구 사랑은 의식주 해결에 뒤지지 않았다. 사냥에서 얻은 짐승의 가죽, 이빨, 뼈 등에 구멍을 뚫어 펜던트로 사용했다. 여자들은 아름다움을 위한 대가로 돈을 뛰어 넘어서 ‘극심한 고통’을 감수하면서 까지 장신구를 착용했다. 문신, 상흔내기, 높이가 60㎝넘는 코르셋 착용, 입술과 귀의 구멍 늘리기, 목 길게 늘이기, 5㎏이 넘는 발찌차기 등을 감행하며 찌르고 조이고 늘이고 물들이고 찢기는 고통을 감수하고 있다. 이토록 아름다움의 고지에 오르려는 것은 질기고 뜨거운 여자의 본연적인 욕망이다.
박물관 공간은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김승회 교수의 설계로 조성되어 있다. 박물관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뮤지엄 샵(Museum shop)이 보인다. 뮤지엄 샵은 유럽과 남미의 앤틱 장신구의 모조품을 판매하고 있다.
1층 전시장은 중앙에 장신구 꽃밭(Jewellery Garden)이 먼저 맞는다. 유리 큐브 속에 핀 9개의 박물관 불빛 사이사이를 마치 꽃밭 거닐 듯이 걸으며 감상할 수 있다. 그 양옆으로는 호박 벽과 팔, 발찌 벽이 있다.
객원기자 정유진 yjin78@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