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해독파문 한글과컴퓨터社 得失-한글3.0 광고효과 톡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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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글」 암호해독 소동으로 당사자인 한글과 컴퓨터社,그리고 이찬진(李燦振.30)사장은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가.
지난 8일 PC통신서비스 「하이텔」에 이승욱(李昇昱.26)씨의 「글 암호해독 프로그램」게시로 시작된 국내 최대 응용소프트웨어社 한글과 컴퓨터와 李씨의 격돌은 끝내 이찬진과 이승욱,두컴퓨터천재의 대결로 비화됐다.컴퓨터업계 관계자들 은 결론적으로이번 파문이 무명의 방위병인 李씨를 일약 유명인사로 만들어 놓았고 李사장에게는 큰 상처를 입힌 것으로 보고 있다.그러나 李사장은 상처의 「대가」로 시판을 코앞에 두고 있었던 글 신제품「3.0」과 관련해 엄청난 광고효 과를 얻었다는 게 일치된 의견이다. 암호해독 소동 발생 열흘후인 지난 18일 발표된 글 3.0은 행사장인 이화여대 대강당에 1만여명이 몰려들 정도로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됐다.이날 발표회장에는 기존 사용자중에서도회사원.공무원 등이 대거 참석함으로써 이번 소동의 파장 이 학생들은 물론 컴퓨터에 익숙치 않은 일반인들에게까지 미쳐 글 3.0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음을 말해 주었다.이같은 관심은 3.0의 판매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게 해 준다.그러나 李사장은 개인적으로 마음이 편치 않다.제품발표장에서 기 자와 마주친 李사장은 『이승욱과 나를 비교하지 말라』고 기자에게 당부했다.
李씨의 입장은 다르다.무명의 한 방위병이 「한국의 빌 게이츠이찬진사장을 혼냈다」는 점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李씨는 사건이후 PC통신을 통해 『존경하는 이찬진사장께 본의 아니게 괴로움을 끼친 것 같아 착잡하다』고 말했다.
李씨는 또 『저의 순수한 동기와 행동의 의미가 잘못 받아들여진다면 아직 건설적인 해커가 용인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자중하겠다』고 밝혔다.
PC통신 하이텔에는 李씨가 공개한 「뉴메릭」프로그램의 조회건수가 9천회를 넘어선 가운데 『이승욱씨로 인해 글이 더 좋은 프로그램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맞았다』고 평가하는 PC통신인들의 메시지가 많았다.반대로 『한글과 컴퓨터■ 공신력 있는기관을 통해 암호해독 프로그램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제공됐어야 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李元浩.金政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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