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상>머피의 법칙과 금융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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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인생살이의 한 이치로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이 곧잘 인용된다.「잘못 될 소지가 있는 것은 어김없이 잘못돼간다」는 것이다.1949년 미국(美國)의 항공기 엔지니어였던에드 머피가 경험으로 「발견」했다는 인생법칙이 다.
멕시코 페소화(貨)위기이후 국제금융가는 『누가 다음 차례냐』를 걱정할 정도로 분위기가 굳어있다.『우리는 아니야』라고 저마다 우기지만 「잘못돼갈 소지」만은 누구도 부인 못한다.헝가리.
중국이 주목받는가 하면 필리핀.인도네시아.브라질. 말레이시아.
태국.아르헨티나등이 「요경계」대상으로 꼽힌다.멕시코 위기에 놀란 투자가들이 이들 「신흥시장」에서 빠져나가 뉴욕 월가(街)로몰리는 통에 다우 주가지수가 4000을 넘어섰다.「글로벌 금융관광」이란 말도 생겨났다.글로벌 네트 워크를 타고 수십억달러의핫머니가 「화끈한 곳」을 찾아 몰려다닌다.
투자가들은 몇 분사이에 이나라 저나라를 들락거린다.글로벌체제로 서로 맞물려 하나가 넘어가면 다음 것도 차례로 넘어간다.
한 나라의 위기가 순식간에 세계적 위기로 번진다.다음 「도미노」는 거래자들 손에서 결정된다.「잘못될 소지가 있는 곳」에 「투기적 공격」을 가하면 돈을 벌고 그 대상은 어김없이 잘못 돼간다.정부당국은 대응이 고작이고 갈수록 역부족이 다.
위기 소지를 미리 탐지해 공동으로 불을 끄는「조기경보체제」가대책으로 등장하고 있다.국제통화기금(IMF)이 해외차입과 무역적자.환율및 국내인플레 동향등에 사전 감시기능을 강화하고 위험수위에 육박하면 미리 호루라기를 불어주는 구상이 다.문제는 핫머니의 속성이다.
IMF가 문제를 인지(認知)하고 호루라기를 꺼낼 무렵 이들은다투어 빠져나간다.「조기경보」의 호루라기가 위기의 시작 신호로둔갑하는 곳이 오늘의 국제금융시장이다.멕시코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고속 적자성장의 돈줄을 이들 핫머니에 주로 의존한데 있다.자유시장 모델을 통한 경제의 세계화(globalization)에 경종(警鐘)으로 받아들이는 나라도 적지않다.그 세계화가아닌 우리의 「세계화」(segyehwa)전략이 더욱 궁금해진다. 〈本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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