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이사장 被殺사건 수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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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이날 오전 김성복(金成福)씨의 범행 전모를 발표한 서울 성동경찰서 신당2파출소 임시 수사본부에는 아침 일찍부터 취재진등 70~80여명이 몰려 열띤 취재경쟁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경찰은 오전8시10분쯤 수사결과 브리핑을 가졌으나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한듯 한시간 뒤인 9시에 이례적으로 또다시 브리핑을실시했다.
○…범인 金씨의 어머니 (62)는 19일 경찰로부터 金씨의 혐의가 짙다는 언질을 받자 金이사장의 둘째 아들 집인 서울강남구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서 긴급가족회의를 소집,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족회의에는 범인 金씨도 참석,가족으로부터 범행을 추궁당하자갑자기 눈빛이 달라지는등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는 것이다.
○…金이사장이 아들에 의해 엽기적으로 살해된 것으로 밝혀지자처음부터 심증을 갖고 수사를 벌여왔던 수사진들도 경악하는 분위기다. 한 수사관은『지난해 부모를 엽기적으로 살해한 박한상군 사건때는 철이 없는 사건이라고 자위했으나 이번 사건은 범인의 신분과 학력으로 볼때 어떤 이유로도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다』며개탄했다.
○…범인 金씨는 종교문제로 아버지와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부인 윤해원(42)씨와 결혼당시 며느리 尹씨에게 교회에 나가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고 결혼을 허락했다는 것.
그러나 성복씨와 尹씨는 미국생활중에는 꾸준히 교회 를 드나들었다는 후문.
○…경찰이 적극적으로 김성복씨를 조사하게 된 것은 金씨가 맨처음 집에 들어올때 검은색 바탕에 붉은 줄무늬가 그려진 스포츠용 가방을 들고 들어가는 것을 경비원 安모(53)씨가 봤다고 경찰에 진술하고 이어 5층 S디자인학원 김모(4 3)씨도 사건직후 5층에서 엘리베이터가 열렸을때 김씨가 왼쪽 어깨에 가방을메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범인 성복씨가 아버지의 살인범으로 밝혀지자 서울의 S대는벌집 쑤신듯 혼란스런 모습.학교 총무과의 한 직원은『金씨는 대인관계도 원만하고 성품도 고와 인기가 높았다』며『그렇게 합리적이고 실력있는 사람이 아버지를 살해했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놀라기도. 金씨와 같은 경제과 徐길수교수는『우리 학교는 야간대학인 관계로 친분관계가 별로 없었다』며『개인적인 평을 할 수 없다』고 언급을 일절 회피.
○…범인 성복씨는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아버지는 훌륭한분이다.아버지를 존경했었다.이제는 어떠한 지탄과 대가도 달게 받겠다』고 말하면서도 유언문제등에 대해서는 『모른다』라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李炯敎.表載容기자〉 ○…범인 성복씨는 아버지를 죽이면서도 치밀한 사전 계획아래 외부인의 범행으로 가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복씨는 범행직전 범인침입 경로와 자세한 살해수법까지 소개돼 있는『상속자』『추적』이라는 추리소설을 탐독한 것으로 밝혀졌다. 집의 자물쇠도 미리 서울중구약수동의 한 열쇠가게에서 구입한 것으로 바꾼다음 범행후 이를 열어 철제문이 열려있었던 것으로 위장하기도 했다.
성복씨는 범행 전날인 13일 같은 학교 동료교수들과 집주변에서 술을 마시고 범행 당일인 14일 오전부터 세차례에 걸쳐 술을 먹는등 주변인들에게 범행 당시의 행적을 감췄다.
성복씨는 범행직전에도 거실에서 어머니가 TV를 보는 모습을 보고 범행이 탄로날까 두려워 이에 앞서 거실옆의 또다른 욕실에들어가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보일러 온도조절장치를 가동시켜 놓는등 범행순간에 자신이 목욕을 하고 있던 것처럼 위장했다.
성복씨는 아버지의 얼굴을 수건 2장으로 덮은뒤 목부위의 급소를 찌르고 자기 방으로 돌아온뒤 가방에 과도와 작업복을 담고 기다리고 있다가 어머니의 비명소리를 듣고 아버지방으로 달려가 응급조치를 하는등「살해범과 아들의 두 모습」을 태 연하게 연출했다. ○…살해된 金이사장의 장남이 범인이라는 소식을 접한 덕원여중.고와 덕원예고 교직원들은 큰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하는모습. 평소 金이사장이 교직원과 학생들의 후생복지와 학교환경에남달리 신경써와 신망이 두터웠고 가정에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학교관계자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교직원들은 무엇보다도 4천여명에 이르는 학생들의 동요를 걱정. 교직원들은『조회시간을 통해 이번 사건이 갖는 교훈을 학생들에게 잘 설명하고 윤리교육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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