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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동시통역사 배유정씨 이화여대 전임강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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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동시통역사.연극배우.라디오 DJ.TV 진행자…. 남들이 평생에 한가지만 해보기도 힘들 일을 두루 섭렵해온 '팔방미인' 배유정(裵裕靜.40)씨가 이번엔 대학 강단에 선다. 새 학기부터 이화여대 동시통역대학원에 전임 강사로 출강하게 된 것이다.

"지금껏 하도 여러가지 일을 하느라 저 자신이 고갈된 느낌이었어요.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재충전부터 좀 하려고 합니다." 裵씨는 현재 진행 중인 EBS-TV '예술의 광장'외엔 당분간 방송 활동을 자제하면서 본업인 동시통역과 강의에만 전념할 계획이라고 했다.

연세대 심리학과를 나온 裵씨는 '남성중심적인 조직 문화를 견딜 자신이 없어' 취업을 포기한 뒤 외국어대 동시통역대학원에 들어가 자유직인 동시통역사로 나섰다고 한다. 중1 무렵부터 4년여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국제학교를 다닌 경험 때문에 영어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단다.

그러다 고도의 정신노동을 요구하는 동시통역 일에 지쳐 '뭔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 방법이 없을까'를 궁리하던 끝에 덜컥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편입했다.

"그저 문화 전반에 관심이 많아 취미로 연극을 공부하려던 것이었는데 하다보니 취미에서 그치게 되질 않더군요. 졸업과 함께 국립극단에 입단해 몇차례 무대에 섰고, 영어와 연기가 다 된다는 점 때문에 1994년 호주에서 열린 세계여성극작가회의에 참석해 영어로 모노드라마를 공연하기도 했어요."

그는 호주 공연이 화제가 돼 우연히 방송에 출연했다가 자신을 눈여겨본 한 PD의 권유로 95년부터 3년 이상 '배유정의 영화음악'(MBC 라디오)을 진행했다. 또 최근 그만둔 SBS 시사프로그램 '세븐데이즈'까지 다양한 TV 프로에서 차분한 진행 솜씨를 선보이기도 했다.

"일복을 타고난 모양이에요. 어릴 적엔 하도 게으르고 장래에 대한 꿈도, 계획도 없어 어머니가 '의지박약'이라 부르던 대책없는 아이였는데…."

이런 저런 일을 다 해보고 나니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다는 걸 알게 됐다는 裵씨. 독신인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일이 좋아서 당분간 결혼할 계획은 없다"며 "비밀이라 알려줄 순 없지만 언젠가 꼭 하고 싶은 일이 한가지 더 있다"고 끊임없는 일 욕심을 내비쳤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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