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눈돌린 日미술계-한국작가展 잇단 개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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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일본 현대미술은 실패했다」.
서양 중심의 현대미술을 좇는데만 급급했던 일본 미술계가 자기반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더이상 앞으로 갈 수 없는 벽에 부닥쳐 다른 길을 찾을 수밖에 없게된 일본 현대미술은 이제 서구작가들 대신 아시아권 작가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
이같은 관심을 반영하듯 젊은 한국작가들의 최근 경향을 보여주는 전시가 일본에서 잇따라 열린다.미토예술관(水戶藝術館)콘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는 7월29일부터 10월10일까지 민중미술 이후 한국현대미술을 보여줄 젊은작가 다섯명을 초대해 『심상의 영역(Territory of Mind)』전을 연다.또 나고야(名古屋)시립미술관에서는 7월14일부터 9월2일까지 30,40대의韓日 양국 작가 24명이 참여하는 「한일현대미술전」을 개최한다. 도쿄(東京)에서 북동쪽으로 약 1백20㎞ 떨어진 곳에 위치한 미토예술관은 지난 90년 미토시가 건립한 종합문화센터로 제니 홀처,존 케이지등의 대형전을 여는등 의욕적인 전시활동을 벌여온 곳.
『심상의 영역』을 기획한 미토예술관 큐레이터 시미즈 도시오(淸水敏男.41)는 『이번 전시에서는 80~90년대에 두각을 나타낸 젊은 한국 작가들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줄 예정』이라며 『한국 작가들의 강점은 한마디로 강하면서도 직설적으 로 주제를 표현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현대세계 이후의 새로운 전망 제시를 주제로 열리는 이 전시의초대작가는 설치작업을 하는 배병우.홍성도.육근병.문주.최정화씨등 다섯명.이 가운데 배병우씨는 4m 높이의 전시장을 빈틈없이채우는 대형사진작품을,육근병씨와 문주씨는 개념적 인 비디오작업을 선보인다.홍성도씨는 피아노를 해체하는 설치작업을 보여준다.
나고야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한일현대미술전」은 한국과 일본의현대미술 경향을 비교해서 보여주는 전시로 다양한 분야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이 참가한다.한국측 작가 가운데 현재 도쿄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재은(崔在銀.42)씨는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의 일본대표로 선정될만큼 일본내에서 인정받고 있는 작가다.조덕현(曺德鉉.38)씨는 지난해 열린 상파울루비엔날레에 한국대표로 참가하는등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작가.두 전시에 모두 초대된육근병(陸根丙.38)씨는 지난 92 년 한국국적 작가로는 처음으로 카셀도큐멘타에 초대된 설치예술가로 한국의 재래적 봉분속 모니터로부터 눈동자가 깜박거리는 비디오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밖에 김수자.박현기.심문섭.차우희.최인수.원경환.김근중.김춘수.김찬동씨등이 이 미술전에 참여한다.일본측에서는 90년 베니스비엔날레에 참가했던 도야 시게오와 지난해 상파울루비엔날레에참가했던 엔도 도시카추 등이 참가한다.
安惠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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