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망경>수영대표 촌외훈련 허용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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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풀어 줘야 하나 묶어 둬야 하나.
이지현(李枝泫.부산체고)과 정원경(丁垣慶.광명여고) 두 국가대표수영선수의 촌외훈련 허용여부를 놓고 대한수영연맹이 고심하고있다.수영대표팀은 오는 8월의 범태평양대회(미국 애틀랜타)와 내년 애틀랜타올림픽에 대비해 1월5일부터 태릉선 수촌에서 합숙훈련중이다.그러나 지난 10일 제50회 회장기전국대회 직후 여자수영의 간판 두 명이『더 이상 태릉에서 훈련을 못하겠다』며 따로 훈련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이 촌외훈련을 주장하는 명분은 허리통증으로 통원치료를 해야하기 때문에 합숙이 힘들다는 것.그러나 속뜻은 대표팀을 떠나소속팀 코치의 개별적인 지도를 받겠다는 데 있어 연맹이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태극마크를 달고 태릉선수촌에 입촌하면 기록이 좋아지기는커녕 곤두박질쳐 태릉에 머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짧게는 5~6년,길게는 10년을 한 지도자 아래서 배우다 갑자기 환경이 바뀌어 역효과가 난다는 것이다.이 때문에 수영 에서는「태릉징크스」라는 말이 이전부터 있었다.0.1초를 다투는 종목의 특성상 이같은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더욱이 이지현은 배영 50.1백.2백m에서,정원경은 자유형 2백.4백.8백m에서 한국최고기록을 보유하고 있어 홀대할 수 없는데다 「더 잘하겠다」고 나가는 것을 막을 명분이 약하다.
그렇다고 연맹이 섣불리 허용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이들의 촌외훈련을 허용한다면 앞으로 너도나도 갖가지 이유를 내세워 나가겠다고 요구할 것이 뻔하고 그렇게 될 경우「태릉」의 존재의의가없어진다는 것이다.남아 있는 대표선수.코치의 사 기가 떨어지는것도 피할 수 없게 된다.
91년말 김수진(金秀珍.당시 사직여고)이 비슷한 이유로 촌외훈련을 요구했을 때 연맹은 이를 불허하고 대표팀에서 제외했었다. 3년여만에 다시 뜨거운 감자로 등장한 촌외훈련 문제.어떤 결론이 날지 자못 궁금하다.
金相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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