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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애, 경험만 2% 부족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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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신지애가 호주 여자오픈을 생중계한 J골프 광고판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다음주엔 혼내줄 거예요.”

‘꼬마천사’ 신지애(하이마트)가 MFS 호주 여자오픈에서 연장 끝에 카리 웹(호주)에게 아쉽게 패했다. 신지애와 웹은 3일 호주 멜버른의 킹스턴 히스 골프장(파 73)에서 벌어진 최종 라운드에서 똑같이 6언더파 67타를 치며 최종 합계 8언더파를 기록했다. 그러나 피 말리는 2차 연장 끝에 우승컵은 웹의 차지가 됐다.

대어를 품 안에 안은 듯했다. 한 타 차 공동 2위로 경기를 시작한 신지애는 안정된 샷으로 파5 네 개 홀에서 모두 버디를 잡았다.

승기를 잡은 신지애는 후반 들어서는 과감하게 핀을 공략했다. 12번부터 15번까지 3개 홀에서 버디. 선두 다툼을 벌이던 멜리사 라이드(영국)를 4타 차로 밀어냈고 다음 조에서 경기한 웹과도 3타 차까지 간격을 벌렸다. 신지애가 경기를 끝냈을 때 2위 카리 웹과는 2타 차.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처럼 ‘여자 백상어’ 웹은 신지애가 애써 잡은 물고기를 집요하게 뜯어 먹었다. 세계랭킹 7위 신지애와 3위 웹의 이름 값에 걸맞은 명승부였다. 신지애가 방송 카메라 앞에서 우승 인터뷰를 하고 샴페인을 터뜨리기 직전 요란한 함성 소리가 울려 퍼졌다. 웹은 16, 17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고 멜버른 하늘에 어퍼컷을 날렸다.

연장전에 들어가는 신지애에게 4위를 차지한 양희영(삼성전자)과 5위를 한 최나연(SK텔레콤)이 “꼭 이기라”며 기를 불어넣어 줬다. 신지애는 샷과 정신력에서 웹에게 절대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경험의 차이가 약간 나는 듯했다. 특히 18번 홀 공략 전략에서 웹의 뚝심이 빛났다.

18번 홀에서 벌어진 연장전에서 웹은 러프를 감수하고 집요하게 페어웨이 왼쪽을 노렸고 신지애는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공을 보냈다. 최나연의 캐디는 “페어웨이 가운데로 치면 벙커가 가리기 때문에 공을 길게 쳐야 하고 버디 잡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신지애는 2번 모두 그린에 공을 올렸지만 어려운 브레이크에서 퍼팅을 해야 했다. 웹은 18번 홀에서 벌어진 정규 경기 마지막 홀과 두 차례 연장에서 집요하게 페어웨이 왼쪽을 공략하고 오르막 퍼팅 기회를 맞았다. 결국 웹은 연장 두 번째 홀에서 3m 버디 퍼트를 집어 넣고 우승을 확정 지었다.

여자 백상어와 사투 끝에 대어를 빼앗겼지만 신지애는 헤밍웨이 소설의 노인처럼 “오늘 경기가 아주 잘 됐고 매우 만족스럽다”고 했다.

또 “다음주 골드코스트의 로열파인스 골프장에서 벌어지는 ANZ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다시 싸워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9타 차로 웹에게 패한 신지애가 이번에는 동타로 잘 싸웠기 때문에 리턴매치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웹은 “아직 만 스무 살도 안 된 신지애가 이렇게 강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멜버른=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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