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하루만 쉰다니까 MB 흐뭇한 표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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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 11면

-막강한 기관을 다루는 일이 어렵지 않나요.

'힘센 기관' 개혁 맡은 인수위 정무분과 진수희 간사

“인수위 안에 있으면 못 느끼는데 밖에 나가면 다들 ‘센 기관만 담당한다’며 반응하는 모습에 (힘센 기관들이라는 걸) 실감하죠. 우리 분과에 국가정보원에서 나온 분들이 있는데 참 좋아요. 정보기관의 고정관념과 굉장히 거리가 있죠. 이번을 계기로 국정원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생각을 떨쳤어요.”

-지금까지 다 순조로웠나요.

“우리가 요청한 인원을 국정원장이 ‘안티’를 걸며 못 보낸다고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게 무슨 얘기인가요.

“인수위에서 사람을 뽑을 때 각 기관에서 추천한 사람이 있었고, 우리쪽에서도 서치(검색)를 하고 스터디해서 이런 사람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지요. 양쪽 명단을 검토해서 최종 결정을 한 뒤 내가 직접 파견 공무원들에게 일일이 연락했습니다. 국정원에도 3명에게 ‘선발됐으니 내일 임명장 수여식에 와달라’고 통보를 했지요. 그런데 원장이 못 보내겠다고 했다는 거예요. (국정원이) 하루 정도 버티다 임명장 수여식 직전에야 보내줬습니다.”

-왜 그런 일이 생겼을까요.

“국정원장이 보내고 싶은 사람과 달랐기 때문이겠지요. 원장은 철저히 기득권을 보호하고 안 좋은 부분을 가리고 싶은 의도였을 것으로 봅니다.”

-다른 기관에서도 인수위의 파견 요청에 따르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국정원만 그랬습니다. 또 시작한 지 얼마 안돼 국정원 문건 유출 파동이 생겨서 제가 까무러칠 정도로 놀랐습니다. 이명박 당선인이 ‘국정원 관계 부분은 관련 이야기가 안 나가도록 하라’고 저에게 개인적으로도 누누이 당부했거든요. 당황해서 내부 조사를 해보니 우리쪽에서 나가지 않았다는 게 분명해지며 안도했습니다.”

-그 일은 어떻게 보십니까.

“인수위가 자료를 유출하는 것처럼 해서 코너로 몰고, (국정원장) 본인이 살아남기 위해 당선인 입맛에 맞을 거라고 판단한 내용을 공개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합니다.”

-국무총리실은 소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만.

“씁쓸했습니다. 총리실 공무원 수가 600명이나 되는데 지적에 대한 답변이 ‘우리는 청와대 하청업체나 마찬가지다’라고 하니…. 총리실에선 기능과 조직을 적극적으로 디펜드(방어)하려고도 않더라고요. ‘청와대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따라 우리는 바뀔 수밖에 없다’며 청와대를 독립변수, 총리실을 종속변수로 생각해요.”

-한계를 극복하려는 의지는 안 보이던가요.

“그런 게 없더라고요.”

-감사원은 어떻던가요.

“거긴 본연의 기능이 회계·예산 감사와 직무 감찰입니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시스템 정책 감사에 치중해 정책 실패를 사전에 예방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주장하더군요. 그래서 ‘정책 실패 예방을 했다고 자화자찬하는데, 그렇다면 왜 이 정부가 지난 5년간 총체적으로 실패한 정권으로 평가 받느냐’고 물으니 답변을 못해요. 새 정부에선 감사원이 회계 감사와 직무 감찰에 방점을 찍어야 합니다. 특히 감사원은 이 당선인의 ‘예산 10% 절감’ 공약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구상입니까.

“지금 우리가 지난 5년간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된 사례를 200건 이상 뽑아 유형별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런 걸 통해 낭비되는 예산이 얼마나 되는지 추산하는 작업이지요. 새만금에선 토사를 사다 메우는 형편인데 인근 지역에선 준설한 퇴적물을 처리할 매립지를 막대한 예산으로 건설하려는 문제 사례를 찾아서 당선인에게 보고하니 ‘당장 국민들에게 알리라’고 지시하더군요. 당선인이 흡족해하는 순간이었지요.”

-당선인은 어떨 때 기쁜 내색을 하나요.

“이번 설 연휴 스케줄을 물어 설날 하루만 쉬기로 했다고 답하니 ‘그러면 인수위에 온 사람들이 불만스러워할 수 있으니 인수위원들이 잘 격려해줘라’고 말하는데 표정이 흐뭇하더라고요. 이틀 쉬라는 얘기는 절대로 안 하고.(웃음)”

-반면 불만스러워할 때도 있지요?

“노무현 대통령 말에 인수위 반응이 지나치다 생각하면 언짢아 합니다. 노 대통령이 정부조직 개편안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을 때 나온 인수위 논평에도 불만을 비쳤습니다. 이 당선인은 ‘국민들이 불안해할 수 있다’는 이유를 말하는데, 실은 싸우다 보면 국민들에게 노 대통령과 똑같은 사람으로 비쳐질까봐 그러는 것 아니겠습니까.”

-진 의원께서 인수위에 합류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대선 사흘 전쯤 귀띔을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중압감에 불면증이 왔죠. 인수위가 뜨고 10일 정도까지 수면제가 필요했습니다.”

-청와대 고발로 진행 중인 명예훼손 재판 과정에서 일찌감치 인수위 얘기가 나왔다던데….

“그 얘긴…(웃음). 지난해 11월에 재판을 받고 다음 공판 기일을 상의하는 과정에서 판사님이 12월 17일을 두고선 ‘대선이 임박해서 곤란할 거고’ 하시더니 12월 24일을 고려하다 ‘인수위 활동을 할 수 있으니…’ 하셔서 다들 웃었지요. 그런데 누군가 이 당선인한테 그 얘기를 전한 모양이에요. 어쨌든 인수위 첫 논의 때부터 저는 무슨 역할이든 맡는 걸로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 당선인이 본인 선거 때문에 진 의원께서 기소된 부분을 미안해하지요?

“제가 기소당했다는 뉴스가 나온 뒤 제일 처음 전화한 사람이 당선인이었어요. 제 문제로 법률지원팀이 질책을 당했습니다.”

-4월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이시지요?

“올 초에 사무실 계약을 했고 이틀 전쯤 당선인에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서울)성동갑이지요?’하며 알고 계시더라고요. ‘너무 요란스럽지 않게 조용히 진행시키라’는 조언과 함께 지역 발전과 관련한 긴요한 정보도 줬습니다. 서울시장을 해서 지역을 잘 아세요.”

-성동갑에 인연이 있나요.

“남편(김재원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이 지역구에 있는 대학에서 오랫동안 교수 생활을 했고 군 복무 중인 아들도 한양대 영문과 05학번입니다.”

-상대(대통합민주신당 최재천 의원)가 만만치 않다는 평인데요.

“강한 사람과 싸워야 경쟁력이 높아지지요. 비례대표 의원을 4년 한 것은 당이 나에게 준 혜택이니 나도 어려운 지역에 도전해 한 석을 추가하는 기여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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