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남녀 일과 사랑 4인4색 스케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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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 09면

‘즐겨라! Singles’라는 무대 막이 올라가자 주제곡 ‘싱글즈’의 흥겨운 리듬이 공간을 흔든다. 무대 위 배우들도, 객석의 관객들도 몸을 가만히 둘 수가 없다. 다들 흔들기 시작한다. 빠른 전개, 달콤한 앙상블, 때로는 가슴 촉촉해지는 노래로 보는 이의 시선을 고정시키는 ‘싱글즈’에 빠져드는 두 시간의 여행이 출발하는 순간이다.

영화보다 빠르고 화끈해진 ‘싱글즈’

초연 이후 꾸준히 관객을 사로잡으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뮤지컬 ‘싱글즈’가 1월 15일부터 세 번째 공연을 시작했다. ‘싱글즈’는 일본에서 드라마로 방영되고 10년이 지나는 동안 소설·영화로 변신해왔다. 시대를 뛰어넘는 29세 동갑내기 친구들의 이야기는 뮤지컬에서 노래와 무대를 만나 좀 더 빠르고 경쾌하게 변했다.

“영화에서는 나난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뮤지컬에서는 대도시에 사는 네 남녀에게 캐릭터를 부여해 독립된 모습으로 균일하게 무대에 설 수 있게 했다”는 기획사 ‘악어 컴퍼니’의 최보규 본부장 말처럼 뮤지컬 ‘싱글즈’는 네 명 싱글 저마다의 일과 사랑에 대한 고민을 녹여냈다. 노래 ‘스물 아홉’에서 보이는 나난의 발랄하고 씩씩함과 순진남 정준이 부르는 ‘담배’의 애절함은 초연부터 관객에게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공연 흥행몰이의 일등 공신은 화려한 캐스팅이다. 서로 다른 느낌의 ‘박수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어떤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라는 연출의 말처럼 손호영과 이종혁이라는 스타 캐스팅은 위력을 발휘했다. 뮤지컬이 처음인 손호영은 공연마다 꼼꼼하게 모니터하는 열의를 보이고 있다. 또 한 명의 스타인 김지우의 나난은 전보다 발랄해지고 사랑스러워졌다는 평을 듣는다.

먼저 영화로 만들어져서 사랑받았던 ‘싱글즈’는 검증받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2005년부터 대본작업에 들어갔다. 초반에는 원작소설인 가미타 도시오의 ‘29세의 크리스마스’를 많이 참고했다. 10여 차례의 수정작업을 거치는 동안 빠르고 트렌디한 뮤지컬 ‘싱글즈’로 재탄생했다. 정준과 동미의 ‘음주사고’, 나난과 수헌의 그림자 구치소 장면은 영화보다 압축됐다.

나난의 빨간 하이힐 침대는 소품 하나로 나난을 대변한다. 뮤지컬에서만 만날 수 있는 소품과 아이디어가 매력 있는 무대를 만든 것이다.
영화를 이렇게 볼 만한 무대로 옮기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최보규 본부장은 “뮤지컬은 영화에 비해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무대에 어울리게 압축하는 과정이 중요했고 그만큼 어려웠다. 무대적 상상력을 동원하는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싱글즈’를 특별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싱글즈의 호평 요인을 ‘좋은 원작’에 돌렸다. 스물아홉에서 서른으로 넘어가는 일은 여성들의 감수성뿐만 아니라 남자들도 고민하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2월 24일까지 호암아트홀.

영화 싱글즈(2003)
감독 권칠인 주연 장진영·엄정화·이범수·김주혁 러닝타임 110분

서른을 목전에 둔 천방지축 나난(장진영)과 쿨한 자유연애주의자 동미(엄정화)를 중심으로 로맨티스트 이범수(정준)와 능청스러운 증권맨 김수혁(수헌)의 신세대 사랑 방정식을 그렸다. 나난과 동미를 통해 싱글 여성들의 일과 사랑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 여성 관객들에게 큰 호응과 공감을 이끌어냈다. 개봉 당시 200만 관객을 불러모았고, 2003년 여성 관객이 선정하는 여성관객 영화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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