未분양아파트 처리고심 주택업계-값할인.무이자융자등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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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남대문시장에 가면 리어카 위에서 장단에 맞춰 「골라,골라」를외치며 한벌에 1만원 이하의 헐값에 옷을 파는 노점상들을 볼 수 있다.도.소매를 거쳐 팔리지 않은 옷들을 처분하는 속칭 「땡처리」가 이들의 소임이다.
1만원짜리 옷이나 시가 1억원짜리 주택이나 팔다가 팔리지 않으면 「땡처리」방식이 동원될 수밖에 없는 것이 판매의 생리다.
미분양 홍수를 빚고 있는 지방 아파트시장이 지금 이렇다.남대문시장 노점상처럼 터무니없는 값으로는 팔지 않지만 채권까지 덤으로 얹어줘도 살 차례가 돌아오지 않는 서울에 비하면 「땡처리」나 다름없이 팔고 있다.
건축비를 서울보다 평당 10만원정도 더 들여 마감재를 고급화하는 것은 기본이고 집값의 반은 은행융자로 대체된다.그나마도 귀찮게 중도금을 일일이 낼 필요없이 잔금낼 때 몰아서 내면 된다.그래도 팔리지 않으면 값을 또 깎아준다.
주택업체 부담이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회사채까지 발행해무이자 융자를 지원해주는 업체가 수두룩하다.회사채 이자비용은 물론 업체 부담이다.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이다.
대기업체들은 그나마 견딜 만하다.덕산그룹 부도여파로 소비자들이 「웬만한 중견업체도 못 믿겠다」며 대형 업체로만 몰리는 바람에 중소업체들은 자금난과 미분양 심화로 2중고에 시달리고 있다.14일에는 대구지역의 중견업체인 두성주택이 미 분양에 따른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부도를 냈다.
◇값 깎아주기=동아건설은 청주사천동의 미분양아파트 84가구(16~32평형)에 대해 평형구분없이 일률적으로 평당 10만원씩값을 깎아주고 있다.신동아건설은 지난해 청주시율양동 45평형에대해 분양가 9천2백만원중 절반은 입주 때 내 고 나머지는 입주 1년후 내도록 해 5백만원의 금융비용을 줄여 줬다.
유원건설도 충주시연수동 2차아파트 32평형(분양가 6천4백만원)에 대해 3천만원만 내고 입주한 다음 나머지는 1년 단위로3번에 나누어 내도록 해 가구당 6백70만원을 사실상 깎아줬고현대산업개발은 울산달동 45평형을 4천5백만원 에 입주토록 해주고 잔액 7천만원은 2년후 내게 해 1천7백만원 상당의 할인혜택을 주었다.이밖에 대부분의 업체가 중도금 5회분중 최소한 3회분 이상을 잔금낼 때 몰아서 내도록 하고 있다.
◇파격적 융자=동신주택은 부산해운대 22~55평형중 미분양 98가구에 대해 회사채를 발행해 평형별로 가구당 1천만~4천만원까지의 무이자 융자를 지원하고 있고 현대건설은 천안신방동 32평형에 대해 총분양가 7천4백만원의 60.8%인 4천5백만원을 20년 분할상환 조건의 융자로 대체해주고 있다.부영건설은 여수시문수동 원앙파크맨션 32평형에 대해 분양가 5천8백20만원의 68%인 4천만원을 융자로 대체하고 있는데 이중 2천만원은 무이자의 파격적 조건이다.
◇중소업체 타격=미분양을 타개하기 위한 업체들의 궁여지책이 주로 입주자들의 자금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 되다보니 자금력이 달리는 중소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특히 업체가 이율이 낮은 시중은행 융자를 알선하려면 가구당 7백만 ~8백만원의자금을 은행에 예치해야 하는데 중소업체들은 이같은 부담을 감수할 여력이 없어 융자조건면에서 불리한 실정이다.
게다가 덕산그룹의 부도여파로 수요자들이 지역중소업체를 기피하고 대형건설업체로 몰려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로 인해 유명 업체들은 덕산그룹 부도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분양률이 오히려 올라가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천안신방동 현대아파트의 경우 하루 평균 3~4건 정도 이루어지던 분양계약이 덕산부도 이후 10건이상으로 늘어난 반면 최근에 분양을 개시한 이곳 지역업체는 청약저축 1~3순위를 대상으로 한 공식접수기간에 단 1채도 팔지 못해 극명한 대조를 보여주고 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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