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첨단비즈니스>미국기술의 해외유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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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94년 「국제 과학기술 논문색인(SCI)」수록 논문 26만7천1백25편,특허 취득 6만4천여건,기초과학및 응용기술에서 경쟁국들을 압도한 미국의 면모다.미국이 21세기에도 초강대국의 위상을 고수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이러 한 기술력 때문이다.동시에,기술력이 군사력보다도 중요한 힘의 잣대로 등장하면서 미국 기술의 해외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미국이 우려하는 기술 유출의 대표적 사례는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지만,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 미국의 주장이다.
중국은 외국업체가 중국에 농약을 판매하려면 해당 약품의 제조법을 중국 정부에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인도 에 진출하는 의약.생명공학 업체들은 인도 기업에 반드시 기술을 이전해야한다.이러한 외국정부의 압력 때문에 미국의 산업기술이 도둑맞고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기술도둑」명단에는 우리나라도 올라 있다.이미 작년 5월19일,미국의 기술정책 전문지 워싱턴 테크놀로지는 1면 머릿기사에서 한국이 미국의 기밀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불법적 수단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하고 「한국은 기 술 도둑」이라는 직설적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미국 언론에 비친 우리나라의 이런 이미지와는 달리 국내 언론을 보면 우리나라는 대미 무역에서는 적자를 내고 있고,기술 사용의 대가로 미국에 지불하는 로열티는 급증하고 있다.그런데도 우리는 미국의 각종 「무리한」요구에 『노』라고 말 하지 못하고있다는 것이다.하지만 미국에 대한 억울함을 우리끼리 토로하고 있어봤자 얻는 것은 별로 없다.그 보다는 우리가 좀더 약아지는것이 현명하다.
우리 기업과 언론은 별 실속도 없이 「세계최초」「세계최대」를내세우는, 눈치없는 우물안 경쟁을 그만둬야 한다.삼성이나 현대가 얼마나 굉장한 기업인지를 홍보하기보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인텔이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성공하고 있는가를 알려야 한다.해외 첨단 기술을 도입하겠다고 『우리가 선진 산업국가로 도약해야 겠으니 기술을 달라』며 덤벼드는 것도 너무 「순진한」방법이다.『우리 인텔은 지난 10여년간 이스라엘에서 제품을 생산하면서 이스라엘 엔지니어들의 우수성을 인정하게 됐고,앞으로 이스라엘에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이스라엘이 미국기업들에 주고 있는 메시지다. 〈金雄培.美 실리콘밸리 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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