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기업엔高대응 묘안짜기 "골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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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엔고를 활용하라.
한때 달러당 90엔 벽이 무너지는 등 일본 엔화의 가치가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치솟자 일본의 민간기업들이 엔고를 이겨 내기 위한 묘안 짜내기에 골몰하고 있다.가장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은 외식산업 및 맥주제조회사들이다.
일본에 진출해 있는 맥도널드 햄버거는 엔화가 사상 최저기록인달러당 88엔대까지 폭락한 바로 다음날 『엔고로 생긴 이익을 고객에게 돌려드립니다』라는 현수막을 재빨리 내걸었다.1개에 2백90엔(3.2달러)하던 「베이컨-상추 버거」를 반값인 1백45엔(1.6달러)으로 깎아 주는 등 모든 햄버거의 가격을 30%이상 인하한다는 것이었다.물론 맥도널드가 이처럼 파격적인 가격인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엔화값이 美달러화에 비해 크게 올라 미국으로부터 들여오는 햄버거 원 료의 수입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엔고의 파고를 이겨내기 위한 대응에는 맥주회사들도 뒤지지 않는다.일본의 맥주수입량은 엔고의 풍랑이 거세지기 시작한지난해부터 이미 크게 늘었다.일본 대장성관세국에 따르면 94년일본의 맥주수입량은 93년의 3배 가까이 늘었다.이에 따라 수입맥주의 일본시장 점유율도 93년 1.6%에서 지난해는 4.3%까지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해 일본의 맥주수입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주류(酒類)면허를 가진 대형편의점들이 경쟁적으로 개별상표(PB)맥주를 수입했기 때문이다.엔고로 인해 외국맥주의 수입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 점을 이용해 수입한 외국맥주에 자기상점의 상표 를 붙여 팔았던 것이다.올 들어서도 세븐-일레븐을 소유하고 있는 이토요카堂 그룹이 일본의 아사히맥주 및 산토리社등과 손잡고 수입맥주의개발과 판매에 나서기로 하는 등 저가격맥주의 수입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올해는 특히 가격경쟁 뿐만 아니라 「맛」경쟁에까지 불이 붙어 맥주회사들은 일본인의 입맛에 맞는 외국의 맥주원료를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엔고로 일본경제는 치명타를 입고 있지만 일본의 소비자들은 올해도 가격파괴의 열풍 속에엔고의 덕을 볼 것으로 보인다.
鄭耕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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