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보울] ‘쿼터백 지존’ 싸움에 홀린 미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랭킹 1위 VS 199위.

가문의 영광 VS 개천에서 난 용.

42회 수퍼보울 양 팀 야전사령관의 이력서다.

4일 오전 8시(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대 스타디움에서 막을 올리는 42회 수퍼보울을 앞두고 미국이 들끓고 있다.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19전 전승으로 우승할지, 상승세의 뉴욕 자이언츠가 뉴잉글랜드의 무패 행진을 세우고 패권을 차지할지도 큰 관심이지만 두 팀을 떠받치는 쿼터백 간의 자존심 대결 또한 흥밋거리다.

뉴잉글랜드의 쿼터백 톰 브레디는 수퍼스타다. NFL 신기록인 18연승이 그의 어깨에서 나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정규 시즌 16경기에서 50개의 터치다운으로 NFL 신기록을 작성했고 플레이오프 잭슨빌 재규어스전에서 28회의 패스 시도 중 26회를 성공시키며 NFL 사상 최고인 92.6%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경이적인 수퍼 쿼터백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필드 밖에서도 그는 수퍼스타다. 그의 현재 연인은 수퍼모델 지젤 번천이고, 배우 브리지트 모이나한은 브레디와 헤어지고 나서 그의 아이를 출산했다고 실토할 정도다. 그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다.

잘 생긴 외모를 무기로 할리우드만 기웃거리는 선수도 아니다. 2006년 그는 조지 H W 부시, 빌 클린턴 두 전직 대통령과 함께 골프를 하기도 했다. 모든 것에서 완벽하며 영향력이 큰 그를 미국에서는 백악관 밖의 대통령이라고도 부른다.

브레디가 처음부터 스타는 아니었다. 그는 야구 메이저리그 팀에 지명을 받기도 했지만 대학에 진학해 풋볼의 길을 택했다.

처음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도 못했다. 2000년 NFL 신인 드래프트에서 6라운드 전체 199위로 지명돼 첫해 그가 기록한 패스는 단 6야드. 그러나 2001년 거물 쿼터백 드루 블래드소가 부상을 당하면서 기회를 잡았다. 이후 그는 가려졌던 재능을 펼쳐 보이면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반면 뉴욕 자이언츠의 쿼터백 일라이 매닝은 최고 풋볼 명가의 피가 흐른다. 아버지 아치 매닝이 NFL 올스타에 여러 차례 오른 쿼터백 출신이고, 형 페이튼 매닝도 지난해 인디애나폴리스 콜츠를 수퍼보울 우승으로 이끌어 MVP가 됐다. 일라이는 2004년 드래프트에서 샌디에이고 차저스에 전체 1번으로 지명됐으나 거부해 ‘건방진 선수’라는 비난을 받았다. 경기에서는 자신감이 모자라고 리더십까지 없다는 낙인이 찍혔다. 그렇게 평범한 선수가 돼 가던 그가 올 시즌 갑자기 변했다. 특히 정규 시즌 최종전에서 막강 뉴잉글랜드에 터치다운 4개와 251야드 패스를 성공시키며 그로기 상태로 몰았다. 35-38로 지긴 했지만 그의 눈에는 자신감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그는 팀을 수퍼보울까지 데려 왔다. 그는 플레이오프에서 톰 브레디를 능가하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형 페이튼 매닝도 올해 브레디에게 완패했다. 일라이는 형의 복수까지 포함해 가문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LA지사=장윤호 JES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