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금요일 오후엔 청와대 밖으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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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31일 문화예술계 간담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이 당선인, 강선영 중앙대 교수, 이강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김백봉 서울시무용단 단장.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31일 “일주일 내내 청와대에 있으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의 거울못 레스토랑에서 문화·예술계 원로들과 연 간담회에서다. “금요일 오후가 되면 나와서 살다가 일요일 밤늦게 들어가 평상 생활의 반 정도는 유지하며 살려고 한다”고도 했다.

중앙일보 고문인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인사말에서 “한 달 뒤에는 (취임하니) 이렇게 (당선인을)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한 대답이었다.

이 당선인은 “임기 5년은 잠깐인데 사람이 갑자기 변해도 안 될 것 같다. 변해서 나오면 쓸모가 없기 때문에 평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며 “사람들은 ‘해봐라, 안 된다’고 하는데 저는 ‘해봐라, 안 된다’는 것을 거역하면서 ‘해봐라, 된다’고 하면서 살아왔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이 당선인 측 관계자는 “주말마다 청와대 바깥에 나와 생활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면서 초심을 잃지 않은 채 민심과 소통하고 국민과 가까이 호흡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그렇게 하겠다는 것보다 ‘의지의 표현’이란 얘기였다.

이 당선인이 ‘청와대 바깥의 생활’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이 당선인은 “청와대 생활이 갑갑하지 않으셨나요”라고 물은 적이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은 “가벼운 분위기, 편안한 분위기에서 나가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못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당선인의 참모들 사이에선 요즘 ‘대통령의 청와대 밖 외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대통령에 취임한 뒤 소망교회의 휴일 예배에 참석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청와대에 갇혀선 듣지 못하는 민심의 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새로 출범할 정부에 ‘특보’ 직이 신설된 것도 청와대 밖과 대통령 사이에 소통의 통로를 확보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 당선인뿐 아니라 역대 대통령들도 청와대 생활의 답답함을 호소한 일이 있다.

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3년 재외공관장 만찬 때 “스웨덴의 훌륭한 지도자인 올로프 팔메 총리는 1986년께 경호를 받지 않고 아내와 함께 몰래 극장에 갔다가 저격을 받아 사망했다. 우리나라엔 팔메 총리처럼 자유롭게, 보통 시민과 같은 높이에서 걸어다니는 지도자가 없었다. 난 그런 탈 권위가 좋다”고 말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청와대 공보수석을 지낸 윤여준 전 의원은 “취임 초기 YS는 측근이나 가까운 이들의 자택을 직접 찾기도 했으나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누구를 만났다더라’는 소문이 퍼져 그만뒀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통령의 청와대 밖 외출은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가장 큰 게 경호 문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한번 움직이려면 경호요원들은 며칠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며 “교통 통제 등 시민들이 불편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외출을 쉽지 않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 전 장관을 비롯해 이강숙 한국예술종합학교 석좌교수, 임권택 영화감독, 신달자 시인, 최태지 국립발레단 단장 등 문화·예술계 원로 30여 명이 참석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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