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 0.5%P↓ … 한국과 2%P 차 … 한국도 금리 인하 압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는 뉴스가 TV로 방송되고 있는 가운데 뉴욕증권거래소의 딜러들이 주식 중개에 몰두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전문가들은 벤 버냉키 FRB 의장이 경기침체와 금융시장 불안을 우려해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욕 AP=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또다시 낮춤에 따라 국내에서도 금리 인하 압력이 커졌다. FRB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연 3.5%이던 연방기금 금리를 0.5%포인트 내린 3%로 조정했다. 현재 국내 콜금리는 5%로 한·미 정책금리 차이는 2%포인트로 벌어졌다.

이로써 한국은행이 머잖아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는 3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은이 2월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경기선행지수가 하락하면서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국내 채권시장에선 대규모 사자 주문이 잇따라 채권금리가 급락했다. 특히 3년 만기 국고채금리가 전날보다 0.05%포인트 떨어진 5.04%를 기록, 하루짜리 콜금리와 비슷해졌다.

또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기준 금리가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전날보다 0.1%포인트 떨어진 연 5.50%를 기록했다. CD 금리가 하루 새 하락한 폭으로는 2004년 11월 11일 0.17%포인트 급락한 이후 3년2개월여 만에 가장 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월 한은 금통위가 열리기 전까지 단기금리 위주로 금리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물가가 불안하므로 예의 주시하겠다는 종래의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미 시중엔 자금이 풍부하게 풀려 있으므로 섣부른 금리 인하는 자칫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를 몰고 올 위험이 있다는 시각이 한은 내부에선 우세하다.

FRB가 금리를 내렸지만 해외 금융시장의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인 피치가 미국 4위의 모노라인(채권보증) 회사인 FGIC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AAA)에서 세 번째 등급(AA)으로 떨어뜨리자 이번엔 채권보증사의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또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관련된 손실 규모가 세계적으로 2650억 달러(약 242조원)를 웃돌 것이라고 추정했다.

FRB는 금리 인하 후 낸 성명서에서 “경기가 하강할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며 “이를 고려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밝혀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4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6%에 그치는 등 경기침체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먼 삭스는 “FRB가 3분기까지 금리를 2.5%로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원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